삼성도 작년말 휴대폰 공장 문닫아
중국의 4대 대도시 중 하나인 톈진(天津)은 개혁ㆍ개방 이후 정부가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하고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규모를 키워온 중국식 고속성장의 전형적 모델이었다. 그러다 2005년 톈진항에 인접한 동부 외곽지역에 국가급 경제특구인 빈하이(濱海)신구를 조성했다. 수도 베이징(北京)에서 100㎞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지리적 이점을 살려 첨단 해외기업들을 유치함으로써 톈진을 금융ㆍ물류ㆍ정보기술(IT) 중심지로 전환하기 위함이었다.
2008년 빈하이신구가 본격적으로 가동된 이후 톈진은 해마다 연간 성장률이 중국 31개 지역 가운데 최상위그룹에 속할 만큼 고속성장을 구가해왔다.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을 호령하고자 했던 삼성전자는 2011년 빈하이신구에 새 공장을 건설했고 실제로 2015년까지는 무서운 속도로 중국 시장을 장악해나갔다. 비슷한 시기에 에어버스, 도요타, 코카콜라 등 서방의 유수한 대기업들도 이 곳에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2016년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중국 경제의 전반적 성장에 따라 인건비가 오르면서 외국기업들 입장에선 가격 메리트가 점점 줄어들었다. 또 중국 토종기업들의 기술력이 크게 오르면서 전반적 경쟁도 심화했다. 이러면서 외국기업들이 하나, 둘씩 톈진을 떠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톈진 지역경제는 큰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2016년 일본 전자부품업체 로움은 빈하이신구에 있던 공장 두 곳 가운데 한 곳을 철수했고, 삼성전자도 지난해 12월 2,600여명을 고용했던 휴대폰 공장 문을 폐쇄했다. 대기업 공장 한 곳이 문을 닫으면 하도급업체들은 물론 식당을 비롯한 주변 서비스업도 직간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실제 톈진 지역의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지난해 48억5,000만달러로 2016년(101억달러)과 2017년(106억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 기간 톈진 지역 경제성장률은 2016년 9.1%에서 지난해 3.6%까지 급락했다. 일각에선 이들 통계마저 과장됐을 거란 얘기까지 나온다. 지난해 1월 중국 지방정부들이 통계 수치를 부풀렸다는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빈하이신구의 지역총생산(GRDP) 규모가 50% 가까이 과장돼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실 톈진 경제의 어려움은 이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 경제 전반의 문제라는 분석이 많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은 2017년 기준으로 2,580만명을 고용했는데 이는 전체 중국 도시지역 취업자의 6.1%에 달하는 수치다. 외국 기업은 중국 무역의 절반, 세수의 5분의 1을 맡고 있다. 하지만 이는 외국 기업이 전체 도시지역 고용의 7.8%에 해당하는 2,960만명을 고용했던 2013년에 비해서는 상당히 줄어든 것이다.
일본 정부 산하 싱크탱크가 조사한 결과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의 75.7%는 중국 철수를 검토하는 이유로 급격한 인건비 상승을 들었다. 또 53.5%는 중국 당국의 규제장벽을 꼽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톈진이 처한 어려움은 외국인 투자 유치에 고군분투하는 중국 경제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면서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더해 인건비 급등 등을 견디다 못한 외국 기업이 중국을 떠나면서 중국 경제의 어려움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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