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소상공인 등 190명과 대화]
“4대보험 부담 탓에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 못해”
정책-현실 괴리 지적에… 文대통령 설명ㆍ대안 제시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자영업과의 동행, 자영업ㆍ소상공인과의 대화’에서는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ㆍ소상공인들의 하소연이 쏟아졌다. 정부가 자영업자ㆍ소상공인과 관련해 대표적 성과로 꼽고 있는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이 현장에서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이 나오는 등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정책과 현실의 괴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최저임금을 동결해 달라는 요구도 거침없이 제기됐다.
이날 행사는 소상공인연합회ㆍ한국마트협회 단체장 등 190여명의 자영업자ㆍ소상공인이 참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해당 부처 장관들이 답변하는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임대료ㆍ인건비 등 비용문제 △자영업자 재기와 상생 △자영업 혁신 △규제개혁 등과 관련해 저마다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첫 질문자로 나선 마트 운영자 김성민씨는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을 긍정 평가하면서도 “카드사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부분들이 많다”며 정책과 현실의 괴리를 지적했다. 그는 “기존에는 연매출 30억원 이상 가맹점의 카드수수료는 1.9% 정도가 됐는데, 새로 반영된 수수료 용지를 받아보면 (실제로는) 카드사가 2%를 넘게 받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며 “카드수수료 협상권을 저희 자영업자들에게 부여할 수 있도록 법제화 해주면 자영업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제안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에 대해 “가맹점 협상권 부여 문제는 단체 소속 가맹점과 그렇지 않은 가맹점 사이의 공정성 문제가 있다”며 “영세 가맹점의 협상은 정부가 돕도록 하고 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도 직접 설명에 나서, “협상하는 단체에 속한 경우와 안 그런 경우 간 차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라며 “노동조합 단체협약의 경우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도 단체협약의 효력이 미치게 하는 구속력 제도가 있다. 그렇게 확장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수수료 부담을 0%대로 낮추는 제로페이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병기 홍천중앙시장상인회 부회장은 “(제로페이 정책을) 상인들은 다 알고 있는데 소비자들은 많이 모르고 있다”며 홍보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제로페이에 대한 소비자 홍보가 부족한 이유는 가맹점이 많지 않기 때문인데, 가맹점 수가 일정 수준이 되면 3월부터 적극 홍보하겠다”고 답했다.
4대 보험금을 지급해야 정부의 일자리 안정자금을 받을 수 있는 현 제도를 완화해 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이재광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하고 싶어도 4대 보험 부담 때문에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시적으로 2대 보험만이라도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특별법을 만들어서 지원해줬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에 “최저임금 인상 부담 완화를 위해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 중인데, 4대 보험 가입 조건은 어려울 수 있다”고 수긍하며 “사회보험료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이 있다”고 답했다.
상권 보호와 상생 정책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정식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회장은 유통산업발전법 시행규칙 상 골목상권 대표 협의체 참여를 요청했고, 이에 대해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매출, 고용 등 구체적 수치로 적용하는 시행규칙을 2월 말이나 3월 초에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재안 소상공인자영업 연합회 대표는 세금을 카드로 납부 시 수수료가 발생하는 문제점 등을 언급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카드 수수료를 2% 부담해야 된다는 것은 역시 국민의 부담을 높이는 것이다. 한 번 방안을 찾아보시기 바란다”며 최종구 위원장에게 주문했다.
방기홍 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장은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재갑 장관은 이에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개편하면서 소상공인 입장이 최저임금위원회에 반영될 수 있도록 직접 참여하게 했다”고 답했다.
인태연 청와대 자영업비서관은 특히 문 대통령이 자영업에 대한 인위적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사실도 전했다. 자영업의 과잉ㆍ포화가 자영업자ㆍ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한층 가중하는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자영업이) 산업을 발전시켜 온 측면들이 많았다”며 “나라마다 특성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맞게끔 성장ㆍ발전 정책을 만드는 것이 더 온당하다”고 말했다고 인 비서관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에) 자영업자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원인이 있었던 것이고, 또 그 분들이 자영업 시장에서 그런 일들을 하면서 스스로 버텨왔고, 또 산업을 발전시켜 온 측면들이 많았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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