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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를 몸으로 읽다”… 시심 가득한 연탄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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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를 몸으로 읽다”… 시심 가득한 연탄 나눔

입력
2019.02.17 10:44
수정
2019.02.17 21:0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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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자’ 그의 시 정신 삶에서 실천

윤동주 권위자 김응교 교수와 수강생들 3년째 봉사 이어가

윤동주 시인의 74주기를 사흘 앞둔 13일 김응교(왼쪽에서 다섯번째) 교수와 시를 공부하는 시민 60명이 서울 노원구 104마을에서 연탄봉사활동을 펼쳤다. 윤 시인의 시 정신을 삶에서 실천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연탄 나눔은 2017년 시작해 올해로 세 번째 행사다. 윤동주가 만난 어진 사람들 제공
윤동주 시인의 74주기를 사흘 앞둔 13일 김응교(왼쪽에서 다섯번째) 교수와 시를 공부하는 시민 60명이 서울 노원구 104마을에서 연탄봉사활동을 펼쳤다. 윤 시인의 시 정신을 삶에서 실천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연탄 나눔은 2017년 시작해 올해로 세 번째 행사다. 윤동주가 만난 어진 사람들 제공

‘다들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검은 옷을 입히시오// 다들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흰 옷을 입히시오//(...)// 다들 울거들랑/ 젖을 먹이시오 (후략)’

13일 오후 서울 노원구 104마을에 시 ‘새벽이 올 때까지’가 울려 퍼졌다. 시를 함께 읽는 이들은 윤동주 문학을 공부하는 시민 60명. 윤동주 74주기를 사흘 앞두고 그의 시 정신을 삶에서 실천하고자 연탄 나눔 행사를 열었다. 행사 참가자 모집과 진행을 총괄한 건 윤동주 연구의 권위자인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다. 김 교수는 “올해 3ㆍ1운동 100주년을 맞아 저항시인 윤동주 읽기 모임, 강연이 많이 열린다. 그 중에서도 이 모임은 윤동주 시 읽기가 현학적 취미를 넘어,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아름다운 일”이라고 말했다.

‘윤동주가 만난 어진 사람들’이란 이름으로 시민들이 모인 건 올해가 3년째다. 윤동주 탄생 100주년인 2017년, 노원구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가 1년 과정의 연속 강좌 ‘윤동주가 만난 영혼들’을 기획했다. 이 수업을 진행했던 김응교 교수가 마지막 수업인 12월 30일, 윤 시인의 생일을 기념해 연탄 봉사활동을 제안했다. “시인의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자는’ 구절을 몸으로 읽어보자”는 취지다. 김 교수의 다른 수업을 들은 수강생과 숙명여대 학생들도 가세했다. 김 교수는 “12월에는 연탄 나눔 봉사단체가 많은데 2월에는 적다고 해서 이듬해부터 봉사 시기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윤동주 시인의 74주기를 사흘 앞둔 13일 시를 공부하는 시민 60명이 서울 노원구 104마을에서 연탄봉사활동을 펼쳤다. 윤 시인의 시 정신을 삶에서 실천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연탄나눔은 2017년 시작해 올해로 세 번째 행사다. 윤동주가 만난 어진 사람들 제공
윤동주 시인의 74주기를 사흘 앞둔 13일 시를 공부하는 시민 60명이 서울 노원구 104마을에서 연탄봉사활동을 펼쳤다. 윤 시인의 시 정신을 삶에서 실천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연탄나눔은 2017년 시작해 올해로 세 번째 행사다. 윤동주가 만난 어진 사람들 제공

시민들은 이날 열린 나눔 행사에서 10가구에 연탄 1,500장을 배달했다. 연탄 비용 120만원 역시 십시일반 모아 마련했다. 부모교육강사로 일하는 최원녕씨는 “인문학협동조합에서 윤동주 강연을 들은 후, 3년째 참석하고 있다. 공부가 단순한 지식 쌓기에 그치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아는 만큼 이웃과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참가하는 김민수 한남교회 목사는 “신학과 문학, 민감한 한일관계를 아우른 윤동주 작품 강의를 교회에서 열다, 이 모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봄 방학을 맞아 가족 단위의 참가자가 많았다. “지난해 경기 안산에서 윤동주 강의를 들으며 이 모임을 알게 됐다”는 주부 신명희씨는 “취지가 좋아 남편, 고등학생 딸과 함께 왔다”고 말했다. 이날 “연탄을 실제로 처음 봤다”는 오원준(16)군은 “어머니, 초등 6학년 올라가는 동생과 함께 왔다. 몸은 고되지만 보람 있다”고 말했다. 2시에 시작한 봉사는 4시 무렵 끝났다.

‘어진 사람들’은 매년 2월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이날 첫 참가한 김영 인하대 명예교수는 소감을 “법정 스님이 우리 인생을 사는데 지혜의 길과 자비의 길이 있다고 하셨다. 지혜와 자비의 길을 함께 할 때 수레가 두 바퀴로 가듯 삶이 완성될 것 같다”고 말했다.

13일 김응교(왼쪽 첫번째) 교수와 윤동주 시를 공부하는 시민 60명이 서울 노원구 104마을에서 연탄나눔 봉사활동을 하기 전 함께 시를 읽고 있다. 윤동주가 만난 어진 사람들 제공
13일 김응교(왼쪽 첫번째) 교수와 윤동주 시를 공부하는 시민 60명이 서울 노원구 104마을에서 연탄나눔 봉사활동을 하기 전 함께 시를 읽고 있다. 윤동주가 만난 어진 사람들 제공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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