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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V] “여풍(女風)시대”...여성, 드라마 중심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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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V] “여풍(女風)시대”...여성, 드라마 중심에 서다

입력
2019.02.1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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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MBC 제공
JTBC, MBC 제공

드라마 시장에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 참으로 반가운 바람이다.

급변하는 시청자들의 젠더 감수성과 성평등 의식에 발맞춰 최근 드라마 시장에서도 꾸준히 여성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작품들이 선보여져 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여성 캐릭터, 여성 배우들의 설 자리에 대한 아쉬움은 존재했다. ‘SKY 캐슬’의 신드롬급 인기 속 여성 배우들에게 집중된 조명이 긴 호흡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더욱 큰 이유다.

JTBC 제공
JTBC 제공

신드롬급 인기 속 최종회 자체 최고 시청률 23.8%를 기록하며 역대 비지상파 드라마 시청률 1위에 오른 JTBC ‘SKY 캐슬’. 그 중심에는 촘촘한 관계와 밀도 있는 감정으로 엮여 있는 여성 캐릭터들과 이를 탄탄하게 그려낸 염정아, 김서형, 이태란, 윤세아, 오나라, 김정난 등 여성 배우들의 호연이 있었다.

극 초반을 강렬하게 이끌었던 김정난을 시작으로 5인의 배우들 모두 역대급 연기력을 선사하며 안방극장을 매료시켰고, 이는 배우 개인의 ‘인생 캐릭터’ 경신뿐만 아니라 점차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던 40대 여성 배우들의 매서운 저력을 다시 한 번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

‘SKY 캐슬’을 통해 강렬한 연기력으로 보는 이들의 찬사를 자아냈던 배우 김서형은 종영 인터뷰 당시 “배우들을 성별이나 나이로 평가하지 않고, 배우들이 연기할 수 있는 폭을 줄이지 않았으면 한다”며 “왜 배우를 성과 나이로 평가하는가. 여배우의 ‘선택의 폭’을 좁히는 건 우리가 아니라 시장”이라고 여성 배우들의 입지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MBC 제공
MBC 제공

지난 1월 말 첫 방송을 시작한 MBC ‘봄이 오나 봄’ 역시 여성 배우들이 이끌어 나가는 작품이다. 배우 이유리와 엄지원은 각각 자신밖에 모르는 평기자 출신 앵커와 가족에게 헌신하는 배우 출신 국회의원 사모님 역할로 분했다. 두 사람은 극 중 몸과 영혼이 수시로 뒤바뀌는 상황에 처한 두 인물로 완벽하게 변신해 남다른 워맨스를 그려내며 극을 밀도 있게 이끌어 나가고 있다.

특히 두 사람은 영혼이 바뀜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인물의 특징을 탄탄한 연기력으로 그려내며 60분을 풍성하게 채우는 데 성공했다. 원조 걸크러시 연기의 대표주자 이유리의 ‘믿고 보는 연기’는 두말할 나위 없거니와, 사모님과 걸크러시 앵커를 넘나드는 엄지원의 반전 연기 역시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두 주인공의 영혼이 바뀐다는 다소 식상한 소재에도 ‘봄이 오나 봄’이 매력적인 이유는 오롯이 작품을 이끌고 있는 두 여성 배우의 덕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11일 첫 방송 된 JTBC ‘눈이 부시게’ 역시 여성 캐릭터, 여성 배우들을 필두로 주목 받은 작품이다.

미스터리한 시계를 통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김혜자(김혜자/한지민)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시간을 되돌렸다가 70대 노인의 몸이 되어버리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린 ‘눈이 부시게’는 김혜자와 한지민의 2인 1역 더블 캐스팅 소식으로 첫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한지민과 남주혁의 ‘시간 이탈 로맨스’를 표방하고 있긴 하지만, 첫 방송을 앞두고 ‘눈이 부시게’ 제작진이 밝힌 메시지는 ‘세월’이었다. 김석윤 감독은 제작발표회 당시 “‘눈이 부시게’에서 집중하고 싶었던 것은 세월이라는 키워드였다.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간다는 숙명 속에서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를 그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는 곧 김혜자와 한지민이 작품의 중심에 있음을 뜻한다. 25살의 김혜자와 70대의 김혜자로 2인 1역을 맡게 된 두 사람은 역대급 연기력을 통해 하루아침에 흘러가 버린 시간 속 진정한 시간의 의미와 그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것들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그간 여성 캐릭터가 주가 되던 드라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던 신선한 설정에 김혜자 역시 “이 드라마는 제가 생전 처음 경험해 보는 드라마다. 어떤 드라마와도 비슷하지 않다. 드라마를 많이 해 봤지만 이런 드라마는 처음이다. 그래서 굉장히 설렌다. 상투적이지만 너무 설렜다. 너무 새로운 거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설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던 바. 과거 드라마 속 한정돼 있던 여성 캐릭터들을 답습하지 않고 새로운 영역으로의 확장을 시도했다는 점은 현 드라마 시장의 풍토 속에서 상당히 유의미하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 몇 편의 작품만으로 여성 캐릭터와 배우들이 드라마 시장의 중심에 섰다고 평가하긴 이르다. 다만, 조용하지만 분명히 불어오고 있는 이 바람이 고무적인 일임에는 틀림없다. 이 바람이 오랜 흐름으로 이어져 갈 수 있길 바라본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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