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1학기 첫 중간고사 시간. 학우들이 시험지를 메우며 강의실에 남기는 펜 소리가 제게는 희망의 연주곡처럼 들렸어요.”
15일 한남대 학위 수여식에서 졸업장을 받는 임원철(75ㆍ대전 동구 가양동)씨. 그는 1944년생이다. 70줄에 대학 문턱을 내딛어 학사 학위를 받는 명실상부한 만학도이다.
하지만 그는 평범한 만학도가 아니다. 그는 평소 랩을 즐겨 듣고, 직접 부른다. 그의 별명은 ‘할아버지 래퍼’이다. 그는 대학 새내기로 변신해 학우들과 첫 대면하는 오리엔테이션 때 랩으로 자신을 소개하며 캠퍼스에서 일순간 ‘화제의 인물’로 부상했다.
그의 제2 인생은 60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그는 17세 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건축자재 생산업에 종사하며 앞만 보고 달렸다. 그러다 65세 때 모든 사업을 내려놓았다. 못다한 공부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대전에서 유일한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인 예지중ㆍ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굳은 다짐과 실천으로 끝내 중ㆍ고교 과정을 마쳤다. 이어 2015학년도 수시모집 일반전형으로 한남대 도시부동산학과에 합격했다. 손주뻘 학우들과 15학번 새내기로 거듭났다.
“지난 날 건축자재 사업과 운동으로 단련한 신체, 그리고 랩을 통해 젊은 감각을 유지했어요. 덕분에 4년간의 대학생활도 나름 멋지게 마무리했네요.”
그에게 랩은 학우들과 소통의 길을 잇는 도구였다. 생각보다 외롭고 어려운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그는 재학 기간 한남대 축제무대를 비롯해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도 등장하며 숱한 화제를 모았다. 케이블방송 Mnet의 쇼미더머니5를 비롯해 슈퍼인턴, KBS 생생정보통,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MBC 파워매거진 등에 출연했다.
그는 모교와 학우들을 위한 보람을 궁리하다 장학금 기탁을 결심, 재학 4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매월 5만원의 장학금을 내놓았다.
졸업 뒤 그의 다음 도전은 자유여행으로 전국일주에 나서는 것이다.
“세상은 도전하는 무대 같아요. 부딪쳐 보고, 성공할 때 희열을 느껴요. 여생도 보다 즐겁게 부딪쳐 보렵니다.”
그는 학위 수여식에서 총장공로상을 받는다.
최정복 기자 cj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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