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주한美대사 “한미 한 뜻”… 가드너 “CVID 안 되면 종전선언 안 돼”
북한과 두 번째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을 조율 중인 미국 정부가 어지간한 비핵화 조치에는 대북 제재를 풀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성급한 합의를 경계하는 미 의회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처지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14일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열린 최종현학술원 출범 기념 한미중 컨퍼런스 기조 연설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를 할 때까지는 대북 제재가 유지될 것이라는 점에 미국과 한국 정부는 완전히 동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의 도움이 있어서 (북핵 협상에) 진전이 가능했다”며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이행하면 우리는 한국이나 다른 여러 동맹과 협력해 밝고 번영하는 미래를 북한에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미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공동 목표를 갖고 있는데 그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에서 약속한 것과 같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경제 제재는 대화 국면 진입으로 군사 공격 옵션이 사실상 봉인된 상황에서 미국이 최후까지 유지해야 한다고 여기는 대북 압박 도구다. 국제 제재 틀은 한 번 동요하면 원상으로 복구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게 미국의 인식이다. 하지만 전략적 유연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북한이 집착하는 핵심 보상 조치가 제재 해제인 만큼 초기에 과감한 비핵화 행동을 북한으로부터 끌어내기 위해 면제 같은 우회로는 열어 놓고 있다는 게 외교 소식통들 전언이다.
실제 북미 정상회담 준비 실무 협상 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평양 협상(6~8일) 며칠 전인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 스탠퍼드대에서 한 강연을 통해 비핵화 완료 전에는 제재 완화가 없으리라는 기존 방침을 재천명하면서도 “당신이 모든 것을 할 때까지 우리가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북한의 행동을 봐가며 유연성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융통성이 없는 쪽은 미 의회다. 대북 강경파로 분류되는 공화당 소속 코리 가드너 미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 소위원장은 13일(현지시간) 방미 중인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과의 비공개 면담 자리에서 “자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는데 (대통령에게) 비핵화 없이는 절대 제재를 완화해서는 안 된다고 수도 없이 얘기했다”는 언급을 했다고 한다. 참석 의원들에 따르면 가드너 위원장은 또 “북한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정상회담이 개최돼서는 안 된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다”고도 했다. 더불어 “지금 형태의 북한에게 체제보장을 해주는 건 곤란하다”며 “비핵화가 끝나기 전에 (미 정부가 비핵화 보상으로 검토하는) 종전(終戰)선언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트럼프 대통령과 비건 대표에게 전했다”는 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 국방부가 외교 경로를 통해 “주한미군 문제는 북미 비핵화 대화와 무관하고, 평화협정 체결과 관련해 주한미군의 철수나 감축에 대해 논의하거나 계획한 바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이날 우리 국방부가 밝혔다.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주둔 문제의 연계 가능성을 시사한 12일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자 해명한 것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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