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참사 속 20개월 연속↑ ... 귀촌인 증가ㆍ귀농인 감소, 농어업 GDP 성장률은 제자리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고용 참사’ 속에 유독 농림어업(농업+임업+어업) 일자리는 꾸준히 늘어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벌써 20개월 연속 증가한 농림어업 일자리는 지난달에도 10만명 이상 크게 늘었다. 농림어업이 없었다면 전년 대비 1만9,000명 증가에 그친 지난달 고용이 마이너스를 면치 못했을 거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기현상에 별다른 관심이 없어 보인다. 농림어업 일자리가 왜 늘어나는지도 모른 채 분석할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는 정부의 태도 역시 미스터리이자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고용 효자로 떠오른 농림어업
14일 정부에 따르면, 통계청은 매달 15일이 포함된 일주일간 3만5,000개 표본가구(15세 이상)를 대상으로 취업 여부(1시간 이상 일한 사람)를 조사해 전체 취업자를 산출한다. 이들 중 수입을 목적으로 쌀ㆍ과일 등 작물을 재배하거나 가축을 기르는 일 등에 종사하는 사람이 농림어업 취업자(보수 없이 18시간 이상 돕는 무급가족종사자도 포함)로 분류된다.
오랫동안 농림어업은 전체 고용을 갉아먹는 ‘불효자’였다. 농림어업 취업자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11만2,000명) 이후 18년간(1999~2016년) 매년 약 6만2,000명씩 감소했다. 이는 산업구조 고도화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으로 이해되기도 했다.
그런데 2017년 6월(+1만8,000명) 농림어업 고용이 증가세로 돌아선 후 상황이 달라졌다. 벌써 20개월 연속 가파른 증가세다. 특히 지난해 농림어업 취업자는 매달 평균 6만2,000명 늘며, 같은 기간 전체 취업자 증가 규모(+9만7,000명)의 63%를 차지했다. 정부 내에서도 “작년에 농림어업마저 없었으면 고용은 마이너스였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왔다.
◇원인 몰라도 관심 없는 정부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미스터리”라고 입을 모은다. 일단 통계청 측은 “은퇴 후 귀농ㆍ귀촌하는 60대 이상 고령층이 늘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한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세미나에서 이와 더불어 △청년창업농 정착지원사업(월 최대 100만원씩 3년 지원ㆍ지난해 1,600명 지원) 효과 △농업법인 및 종사자 증가(2016년 약 12만2,200→2017년 14만1,400명) 등 요인을 꼽았다.
하지만 2017년 귀촌인(약 50만명)은 전년보다 4.5% 늘어난 반면, 실제 농사를 짓는 귀농인(약 2만명)은 도리어 4.5% 줄었다. 농림어업 분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년 대비)도 2016년 -2.8%, 2017년 0.3%, 2018년 1.4% 수준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고용이 대폭 늘어나는데 GDP가 줄거나 제자리걸음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도 “무급가족종사자만 늘면 GDP에 영향이 없지만, 농업법인 및 스마트영농이 늘고 관련 일자리가 창출되면 GDP가 커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최근 수년간 불어난 귀촌 인구가 2~3년간 기술을 배운 뒤에 농업에 진출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 해도 최근 가파른 취업자 증가를 설명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정부는 미스터리 규명에 별 다른 움직임이 없다. 기획재정부는 작년 1월 이후 단 한차례도 고용지표 분석 자료에서 농림어업 취업자 증가에 대한 설명을 담지 않았다. 통계청 관계자도 “별도 분석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작년 6월 취업자 증가폭 급감에 “인구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며 별도자료까지 배포했던 정부가 유독 이 문제엔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셈이다. 매달 고용지표를 모니터링 하는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고령화 등에 따른 현상으로 추정할 뿐, 세부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진 않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1~2달 된 현상도 아니고 작년부터 궁금해 하는 목소리가 많았는데 아직도 정부가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못한 것은 직무유기”라며 “농림어업 분야에서 어떤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는지, 왜 늘어나는지, 지속 가능한지 등에 대해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날 “조만간 분석에 착수할 계획”이라고만 밝혔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