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혜 의혹을 몰고 왔던 광주시 민간공원 특례사업(2단계) 우선협상대상자 변경 파문이 14일 광주시 감사위원회가 사업제안서를 엉터리로 평가하고 관리 감독을 부실하게 한 관련 공무원 8명을 중ㆍ경징계하도록 시에 요구하면서 외형상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지난달 21일 제안서 재평가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 당한 직후 법적 소송 검토를 외치며 강력 반발했던 금호산업㈜도 예상과 달리 시의 행정처분을 수용키로 하자 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그러나 이번 문제는 곳곳에 큰 불씨를 남겨 ‘찜찜한 봉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시민단체들의 공익감사 청구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 여부 결정을 앞두고 있는 데다, 이 사업에 대한 광주시 감사위원회의 특정감사 배경과 결과 등을 놓고도 지역 여론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혹의 가장 큰 쟁점은 금호산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박탈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진 ㈜호반건설의 이의제기 내용에 대해 시가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는 지난해 11월 8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 후 호반건설이 심사과정의 공정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자 같은 달 15일 감사위원회에 감사를 지시했다. ‘사업신청자는 심사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제안서 공고 규정을 시가 스스로 어긴 것이다. 특히 시는 이의제기 수용 이유와 그 내용에 대해 입을 굳게 닫고 있어 ‘호반건설 밀어주기’라는 의혹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 시 고위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제안서에 애초 벌점으로 이어졌던 업체명 표기 횟수보다 더 많은 업체명 표기가 있다는 내용으로 이의제기를 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호반건설이 비공개 대상인 경쟁업체의 제안서 내용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또 다른 의문이 불거지고 있다. 아직 감사원 공익감사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실제 감사가 이뤄져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된다면 수사의뢰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파문은 다시 확산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평가 결과 보고서 문건 외부 유출도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혹으로 남아 있다. 감사위원회는 평가 당시 간부 A씨가 휴대폰으로 평가 결과 보고서를 사진으로 찍어 광주시의원에게 건넸으나 이후 제3자에게 유출된 정황은 없다고 봤다. 하지만 또 다른 공무원이 같은 방법으로 해당 문건을 외부로 유출했지만 이 공무원이 누구인지와 유출 경로 등을 확인하지 못했다. 감사위 감사 착수 직전 호반건설 계열사 간부가 시 고위 간부를 찾아가 사전 유출된 평가 결과 보고서 문건을 들이대며 불공정 의혹을 제기했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이 또한 조용히 묻혔다. 감사위원회는 수사권이 없는 감사의 한계를 주장하지만, 당초 “수사의뢰를 하겠다”던 입장까지 번복한 터라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번 사업을 둘러싼 특혜 의혹 등을 예의주시하던 경찰도 “허점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예전과 사뭇 다른 반응을 보여 향후 사업 정상화를 위한 광주시의 행보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이번 파문이 미봉책으로 막을 내리면서 시는 앞으로도 언제 되살아날지 모르는 특혜 의혹의 불씨를 안고 가야 하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