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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큐레이터의 귀여운 미술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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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큐레이터의 귀여운 미술사 이야기

입력
2019.02.14 18:51
수정
2019.02.14 19:5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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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팝아트’ 고양이. 앤디워홀 수프 깡통,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을 재해석했다. 자유의길 제공.
. ‘팝아트’ 고양이. 앤디워홀 수프 깡통,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을 재해석했다. 자유의길 제공.

‘고양이와 배우는 기발한 미술사’의 ‘팝아트’ 편. 알록달록한 통조림 캔 무더기 앞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핑크색 고양이의 자태가 재기 발랄하다. 아니다. 눈가에 눈물이 방울방울 맺혀 있다. ‘MEOW!’(야옹) 그림 속 말풍선은 깡통을 따지 못해 슬픈 고양이의 마음 아닐까.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그림 같다. 맞다. 앤디 워홀의 단골 소재인 수프 깡통과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속 빨간 점이다. 잡지에서 오려 붙인 고양이는 팝아트의 선구자인 리처드 해밀턴의 콜라주다. 이미지를 조각조각 이어 붙인 것만으로 예술이라 말할 수 있을까. 고양이에 따르면, 그렇단다. “예술은 고상한 게 아니다”고 도전하는 게 팝아트의 정신이다.

책엔 고양이가 가이드이자 뮤즈로 등장한다. 고대 이집트 미술부터 현대 미니멀리즘까지 시대별 미술 양식을 21마리의 고양이가 ‘귀엽게’ 설명해 준다.

‘르네상스 고양이’. 새초롬한 표정을 지으면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따라 하는 고양이. 자유의길 제공
‘르네상스 고양이’. 새초롬한 표정을 지으면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따라 하는 고양이. 자유의길 제공

책 속 고양이 그림들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주요 거장의 작품들을 버무린 것이다. 당대 유행한 화풍과 기법을 그림 한 장에 죄다 녹였다. 친절한 설명도 덧붙였다. 그림 한 장으로 해당 시대의 미술사적 특징을 한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림을 하나하나 뜯어보는 재미가 있다.

연못 위 수련 잎에 위태롭게 서서 발레 동작을 취하고 있는 고양이 그림을 보자.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에 가득한 표정이다. 밝고 따뜻한 색감도 인상적이다. ‘초기 인상주의’를 압축한 그림이다. 수련과 파리 오페라 극장의 발레 무용수를 많이 그린 모네와 에드가 드가의 작품을 모티브 삼았다. 자연스러운 빛과 물결의 흐름도 살렸다. 사물과 자연을 보고 듣고 느끼는 감정을 충실하게 표현하는 인상주의의 특징을 담아냈다. “그림은 즐겁고, 발랄하고, 예뻐야 한다”는 르누아르의 말은 발레리나 고양이에게 딱 들어 맞는다.

새초롬한 표정을 지으면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따라 하는 고양이, 한쪽 귀엔 해바라기를 꽂고, 한쪽 귀는 흰 붕대로 감싼 반 고흐 고양이… ‘고양이 시대’에 걸맞은 책이다.

. 책의 저자 니아 굴드. 영국에서 활동 중인 작가는 고양이 5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자유의길 제공.
. 책의 저자 니아 굴드. 영국에서 활동 중인 작가는 고양이 5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자유의길 제공.

책의 만듦새가 예사롭지 않다. 촉감을 부드럽게 하는 벨벳 코팅으로 책 표지를 만드는 등 공을 들였다. 알고 보니, 출판사 대표가 그 유명한 ‘곰브리치 서양미술사’를 만든 예술 전문 편집자 김지은씨다.

고양이와 배우는 기발한 미술사

니아 굴드 지음. 김현수 옮김

자유의길 발행ㆍ96쪽ㆍ1만9900원

‘큐레이터 고양이’는 이미 인스타그램에서 유명 인사다. 인상파 고양이, 점묘파냥이 등 팬들이 붙여준 별명도 있다. 책에 나온 고양이 작품을 그대로 따라 그리거나, 다른 명화 속 주인공을 고양이로 재해석해 그림을 올리는 놀이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저자는 영국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 작가이자 디자이너인 니아 굴드로, 고양이 다섯 마리를 키우고 고양이 분장을 즐기는 애묘인이다. 마침 2월 22일은 고양이의 날이라고 한다. 21마리의 고양이 큐레이터들과 함께 미술사 여행을 떠나 보면 어떨까.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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