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14일 이사회를 열고 CJ ENM이 보유한 CJ헬로 지분 53.92% 중 50%에 1주를 더해 8,000억원에 인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지분 전량 매각 예상가는 1조원 수준이었지만 ‘50%+1주’로 비용을 낮추면서 경영권을 획득하려는 것이다. 앞으로 LG유플러스는 관련법에 따라 30일 안에 정부에 인허가 서류를 제출해야 하고, 인허가에 성공하면 CJ헬로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CJ헬로는 케이블TV 1위 업체로 인터넷(IP)TV를 포함한 전체 유료방송 시장에서 KT(30.86%ㆍKT스카이라이프 포함), SK브로드밴드(13.96%) 뒤를 잇는 3위(13.02%) 사업자다. 4위에 머물렀던 LG유플러스(11.41%)가 계획대로 CJ헬로 인수에 성공하면, 점유율이 24.43%까지 올라가 SK브로드밴드를 큰 격차로 따돌리며 2위 사업자가 된다. 바짝 쫓기게 된 KT와 졸지에 3위로 내려앉은 SK브로드밴드 역시 케이블TV 인수를 통한 가입자 확보전에 나설 것으로 보여 유료방송 시장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 사실상 사양산업”
케이블TV를 대상으로 하는 통신업체들의 인수합병(M&A)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네트워크 진화에 따라 차세대 유료방송 서비스로 출발한 IPTV가 급성장하면서부터다. 이동통신 요금제와 결합해 할인해 주는 결합상품으로 빠르게 가입자가 늘더니 2017년엔 IPTV 3사 가입자가 케이블TV 전체 가입자를 추월했다. CJ헬로를 제외한 티브로드, 딜라이브, CMB, 현대HCN은 2017년 6월과 비교해 2018년 6월 점유율이 일제히 하락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케이블TV는 시장 경쟁이 아니라 전국을 권역별로 구분해 ‘나눠 갖기’ 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에 수익 대비 투자에 소홀했고, IPTV 등장 이후 급격히 뒤처졌다”며 “사실상 사양산업이나 마찬가지라 방송 케이블, 초고속 인터넷망 등 구축해 놓은 인프라를 제값 받으며 통신사에 최대한 빨리 넘기는 게 현실적 선택이라는 공감대가 예전부터 형성돼 있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넷플릭스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사업자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 IPTV도 새 돌파구를 찾으려면 케이블TV 흡수를 통한 가입자ㆍ콘텐츠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실제 KT와 SK텔레콤은 각각 딜라이브, 티브로드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 특히 2위 자리를 빼앗긴 데다 과거 CJ헬로 인수를 시도했다 실패한 경험이 있는 SK텔레콤이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두 회사 모두 인수에 성공하면 KT는 37.31%,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는 23.83%로 LG유플러스와 치열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게 된다.
◇케이블 품은 IPTV 인수효과는?
LG유플러스는 당장 합병하는 대신 경영권만 확보하는 쪽을 선택했다. 장기적으로는 합병을 추진하겠지만 8,000억원의 거액을 투입한 만큼, 단기적 인수 효과도 시장에 보여줘야 한다. 때문에 KT가 IPTV인 올레tv와 KT스카이라이프의 위성방송을 합친 OTS(올레tv스카이라이프)를 내놓은 것처럼 케이블과 IPTV의 강점을 살린 융합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통신사 관계자는 “케이블은 방송 송출만을 위한 별도 케이블망을 확보하고 있다”며 “8K 등 초고화질 콘텐츠 송출에 유리하기 때문에 차별화된 프리미엄 상품 등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더 길게 보면 앞으로 케이블TV를 흡수하는 통신사들은 5세대(5G) 기반 미디어 서비스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LG유플러스도 기존 방송 서비스에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등을 접목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이혁주 LG유플러스 부사장은 “정체돼 있는 방송통신 시장의 서비스 경쟁을 촉진해 5G 시대를 선도할 것”이라며 “방송통신 융합 시너지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