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시 원도심에 위치한 삼산중학교의 신대지구 이전 공사가 지연되면서 내년 3월 개교에 차질이 예상된다. 공사를 맡은 중흥건설이 학교 부지 인근의 선월지구 하수처리 해결을 위해 이 사업과 전혀 상관없는 학교 공사와 결부시켜 착공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선월지구 하수처리를 놓고 순천시와 갈등을 빚고 있는 중흥건설이 자사 기업이익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학생들의 학습권까지 볼모로 잡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14일 전남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중흥건설은 2017년 11월 도교육청,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순천시와 삼산중학교 이설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중흥건설은 공사비 140억원을 들여 신대지구 학교부지에 건물을 신축한 뒤 원도심에 있는 삼산중을 이곳으로 옮겨 내년 3월 개교하기로 했다. 대신 도교육청은 기존 삼산중 부지와 건물을 중흥건설에 넘겨주기로 했다.
그러나 중흥건설은 지난해 12월 학교시설 건축 승인을 마쳤지만 2개월 가까이 착공을 미루고 있다. 자신들이 개발을 맡은 선월지구의 하수처리를 놓고 순천시에 요구한 방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엉뚱한 학교 이전 공사를 걸고 넘어진 것이다. 중흥건설 측은 삼산중 이설 협약에는 없지만 순천시와 협약과정에서 선월지구 하수 문제에 대해 구두로 논의가 됐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흥건설과 순천시는 그동안 선월지구 개발 완료 후 발생할 하수처리와 관련해 이곳 하수를 순천시 소유의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처리하느냐, 개발시행사인 중흥건설이 시설을 새로 만들어 처리하느냐를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기존의 시 하수종말처리장과 연계하면 사업비는 170억원정도 들어가지만, 시설을 새로 만들면 300억원가량 소요된다. 비용은 모두 개발행위 원인자부담 원칙에 따라 어느 경우든 중흥건설이 모두 부담해야 하지만 중흥건설 측은 비용부담이 적은 시 처리장 연계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순천시는 시 처리장 사용은 불가하다는 방침이다. 하수종말처리장 하루 처리시설 용량은 13만톤이지만 현재 1일 11만~12만톤을 처리하고 있어 적정처리 선인 70~80%를 초과해 선월지구 하수를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선월지구는 인구 1만6,000명을 목표로 계획 중이며 1일 하수처리 용량은 6,000톤으로 예상하고 있다.
순천시 관계자는 “중흥건설이 선월지구 하수처리 문제를 이와 별개의 사업인 삼산중 이설과 연계시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자사 이익을 위해 열악한 교육환경에 처한 학생과 학부모를 이용하는 것은 기업윤리에 벗어난 행태”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 이설 협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내년 3월 정상 개교를 위해 제3 사업자 선정 등 강력한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착공 의지가 없다면 공식적으로 협약 불이행 의사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중흥건설 측은 이와 관련해 답변을 거부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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