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분석… 민간소비도 저성장 고착화
국내 민간소비의 실제 증감에 소비심리가 미치는 영향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심리가 호전되면 소비도 그만큼 늘던 경향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약화되면서, 최근 수년간 민간소비 증가율은 과거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경제 전반은 물론이고 내수의 핵심인 민간소비에도 저성장 추세가 고착화하는 형국이다.
한국은행이 14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소비자심리지수(CCSI)와 민간소비 간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표적 소비심리 지수인 CCSI와 민간소비 증가율(전년동기 대비)의 동행 경향은 2012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약화됐다.
두 지표의 상관계수는 1996~2011년 0.80에 달했지만 2012~2018년 0.23으로 하락했다. 상관계수가 낮아졌다는 것은 두 변수가 같은 방향, 같은 비율로 움직이는 경향이 약화됐다는 의미다.
실제 1996~2011년엔 CCSI가 분기별로 64.0~117.3 사이를 오르내리는 동안 민간소비 증가율도 28%포인트(최저 -13.7%, 최고 14.3%) 차이로 소비심리와 동행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2012년 이후 양상은 사뭇 달랐다. CCSI가 94.0~110.5 사이를 오가는 동안 민간소비 증가율 변동폭은 2.9%포인트(최저 0.7%, 최고 3.6%)로 크게 잦아든 것이다. 심지어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등으로 CCSI가 하락세를 보인 2015~2016년에 실제 민간소비는 되레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기도 했다. 보고서는 “민간소비 변동성이 경기변동성 축소에 따라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면서 CCSI와의 상관관계가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CCSI가 2017년 크게 상승했다가 하락하며 지난해 8월 이후 장기평균치(100)를 밑돌고 있는 와중에도 민간소비 증가율은 2%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들어 민간소비가 단기간에 크게 둔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CCSI가 호조기였던 2014년에도 민간소비는 성장률에 크게 못 미치는 1%대에 머물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소비심리가 좋아지더라도 실제 민간소비가 늘어 내수가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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