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사건공대위 “민씨 주장도, 무분별한 보도도 2차 가해”
안희정 전 충남지사 부인의 주장이 확산되자 피해자인 김지은씨를 돕는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안희정공대위)가 ‘2차 가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안 전 지사는 2심에서 위력을 이용해 비서인 김지은씨를 성폭행한 혐의가 인정돼 법정구속, 수감됐다. 그러나 부인 민주원씨가 페이스북에 “이번 사건은 불륜이며, 내가 가장 큰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논란이 일었다.
공대위는 14일 대책회의를 연 결과 “가해자 가족에 의한 2차 가해 행위는 많이 일어나는 심각한 문제이지만 이번 경우 언론을 통해 짧은 시간 동안 무수히 확대 재생산 되고 있다”며 “포털사이트 메인 화면 등을 통해 국민들까지 2차 가해에 무방비로 노출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씨의 주장은 물론, 이를 보도하는 행위 역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공대위는 “이번 가해자 가족의 글은 1심 재판에서도 펼쳤던 주장”이라며 “그러나 2심 재판부에서는 다른 객관적 사실 등에 의해 배척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대위는 “2차 가해 행위를 중단하시기 바란다”며 “언론 또한 무분별한 보도 이전에 재고하고 삼가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여성학자들도 우려를 표했다. 여성학 연구자인 권김현영씨는 “다른 형사 사건과 달리 성폭력 사건만 유독 가해자의 가족, 특히 배우자의 의견을 주요하게 다룬다”며 “폭력이 아닌 사생활의 문제로 프레임을 씌우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가해자 가족의 심경은 성폭력 사건의 유, 무죄를 가리는 판단의 잣대가 될 수 없다”며 “언론이 비중 있게 보도하는 행위 자체로 판관의 지위를 부여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나와 아이들”이라는 민씨의 주장과 관련해서도 “성폭력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건 피해의 경쟁을 부추기는 게 아니라 가해자 처벌”이라고 권김현영씨는 강조했다.
김지은씨는 최근 출간된 ‘미투의 정치학’의 추천사 성격의 글에서 심경을 밝힌 바 있다. 김씨는 “마지막 희망을 품고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 대선캠프에 들어갔지만 성폭력을 당하고, 사람과 세상으로부터 스스로 격리됐다”고 돌이켰다. 또한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충남도청에서의 지난 8개월, 나는 드디어 성폭력에서 벗어났다”며 “내 눈 앞에, 더 이상 그의 범죄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다만, 부여잡고 지키려 했던 한줌의 정상적인 삶도 함께 사라졌다”고 써 ‘미투’와 그 이후 재판 과정에서 겪은 심적 고통의 일단을 드러냈다.
김씨는 안 전 지사의 유죄가 인정된 2심 판결 이후에도 언론 노출을 삼가고 있다. 3심을 앞두고 김씨의 언행이 혹시라도 소송 과정에서 새로운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변호인단 측의 조언을 고려해서다. 이와 관련해서도 김씨는 “내가 이야기할 수 있는 장소는 아직까지 법원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적었다.
‘미투의 정치학’은 여성과 소수자 폭력문제를 연구해온 모임 ‘도란스’가 펴냈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을 비롯한 한국 사회의 미투 운동을 다룬다.
이에 앞서 안 전 지사 부인 민주원씨는 13일 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자신과 가족이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