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 위한 ‘김치 타이머’ 개발… 유학 이끈 한국인 선배와 결혼 예정
“세상을 바꾸는 첨단 기술만큼이나 생활에 편리함을 더해주는 실용적 연구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5일 열리는 카이스트 졸업식에서 ‘초보자를 위한 김치모니터링 도구’를 개발, 우수논문상수상과 함께 석사모를 쓰는 코스타리카 유학생 마리아 호세 레예스 카스트로(25)씨가 눈길을 끌고 있다.
그가 ‘김치 타이머’라고 부르는 이 도구는 모바일 앱과 스마트 센서를 이용해 김치의 숙성 정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김치의 숙성 정도는 수소이온농도(ph)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갓 담근 김치통에 스마트 센서를 넣고 모바일 앱을 연결한 뒤 ph변화를 관찰해 숙성에 필요한 기간을 예측하는 원리다.
평소 와인이나 치즈 같은 발효음식에 관심이 많았던 마리아씨는 한국에서 처음 김치를 접했다. 학교에서 만난 유럽이나 아시아권 학생들이 “김치 만드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자 김치 담그기 서툰 사람들이 보다 수월하게 맛있는 김치를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그가 카이스트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11년. 코스타리카 국립과학고등학교 재학생이던 그는 독일서 열린 과학캠프에서 카이스트 재학생인 노승한(29)씨를 만나서 우수한 교육제도와 연구인프라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듬해 학부과정으로 유학을 왔다. 1년간의 무학과 제도를 거쳐 산업디자인과에 진학했고 석사과정까지 마쳤다.
이번 ‘김치 타이머’ 제작에는 네덜란드 출신으로 바이오 디자인분야 전문가인 다니엘 샤키스 교수의 지도가 큰 역할을 했다고 고마워했다.
마리아씨는 졸업전인 지난 1월 첨단 농업분야 국내 스타트업 기업에 취직했다. 5월에는 그를 카이스트로 인도한 노씨와 결혼할 예정이다. 노씨도 이번에 통계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해 예비부부가 함께 학위를 받는 졸업식이 될 전망이다.
마리아씨는 “앞으로 전문지식을 활용해 사람들이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을 만드는 시민과학 분야에 열중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카이스트 졸업식에서는 박사 645명, 석사 1,255명, 학사 796명 등 모두 2,705명이 학위를 받는다.
대전=허택회 기자 th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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