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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상여금 규모 적으면, 경영난 이유로 통상임금서 제외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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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상여금 규모 적으면, 경영난 이유로 통상임금서 제외 안 돼”

입력
2019.02.14 11:41
수정
2019.02.15 00:5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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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상 미지급 가능한 신의칙, 엄격 적용” 판결… 관련 재판 영향 클 듯

게티이미지 뱅크
게티이미지 뱅크

통상임금 재산정으로 근로자에게 추가 지급해야 하는 상여금 규모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거나 회사가 꾸준히 영업이익을 냈다면 지급을 거부해선 안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기업이 경영상의 어려움이 있다면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통상임금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매우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14일 인천 시영운수 시내버스 운전기사 박모(61)씨 등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박씨 등은 회사가 임금협정서상 기본급만을 기준으로 시간급 통상임금을 산정했다며 상여금 등을 포함한 뒤 재산정해 2010년 4월~2013년 3월 기간에 해당하는 차액을 추가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선고를 했기 때문에, 이 재판에서는 통상임금 신의칙을 적용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임금을 더 주게 되면, 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노동자가 추가 임금을 청구하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는 게 신의칙이다.

하급심(1ㆍ2심)은 이 같은 경우에는 통상임금 신의칙이 강행규정(근로기준법)보다 우선할 수 있다고 봤다. 1ㆍ2심은 “회사(시영운수) 입장에서는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게 돼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게 돼, 박씨 등의 임금청구는 신의칙에 위반돼 허용될 수 없다”며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강행규정보다 신의칙을 더 우선할지를 판단할 때는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로 배척한다면 기업 경영에 따른 위험을 사실상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며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신의칙 위반인지는 신중하고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소멸시효가 완성된 부분을 공제하면 박씨 등이 시영운수에 청구할 수 있는 추가 법정수당은 약 4억원이고, 이는 회사 연간 매출액의 2~4%, 2013년 총 인건비의 5~10%에 불과하다”며 “시영운수의 2013년 기준 이익잉여금만 3억원을 초과해 상당 부분을 변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법원은 2015년 10월 이같은 법정수당 차액 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되는지를 판단할 기준 마련을 위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그간 관련 기준을 심리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최근 대법원 2부로 사건을 돌려보냈고, 대법원은 이날 하급심과 다른 판단을 내놨다.

이번 판결은 회사가 줘야 할 법정수당이 매출과 비교할 때 어느 정도인지를 따져 통상임금 신의칙 적용 여부를 가리도록 한 것으로, 통상임금 신의칙 적용기준을 밝힌 첫 판결로 평가된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기아차, 아시아나항공, 현대중공업, 만도 등 관련 소송에 서 엇갈렸던 판단들이 정리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대법원이 이번에도 신의칙을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논란이 지속될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도 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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