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오사카(大阪)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앞서 러일 평화조약 체결과 관련해 큰 틀의 합의를 도출하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구상이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지지(時事)통신이 14일 보도했다. 러일 평화조약의 핵심 쟁점인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반환을 가시화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외교적 성과로 부각하려던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협상 전략을 재검토하는 배경에는 러시아 국내에서 쿠릴 4개 섬 반환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협상을 신중하게 진행할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6월 28~29일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참석 차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는 푸틴 대통령의 방일 기간 중 양국 정상회담을 추진, 러일 평화조약과 관련한 합의를 발표하는 청사진을 그려왔다. 그러나 지난달 22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일 정상회담에서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렸고, 이후에도 일본이 바라는 6월 정상회담 일정도 확정하지 못하는 등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던 (평화조약 체결 등) 협상을 수 개월 내에 정리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지통신은 “아베 총리가 지난달 정상회담 후 주변에 ‘나는 6월이라고 말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는 정부 관계자의 언급을 인용, 아베 총리가 6월을 전후로 한 큰 틀의 합의를 고집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총리 주변에선 자민당 관계자에게 ‘6월은 이미 무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정상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인내를 필요로 하는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영토반환 합의는) 양국 여론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고 밝히는 등 협상의 장기화를 시사한 바 있다. 실제 러시아 국내 각종 여론조사에서 쿠릴 4개 섬 반환과 관련한 반대 의견이 70% 이상을 기록했고, 야당을 중심으로 한 반대시위도 개최되고 있다.
아베 총리가 4일 북방영토의 날 기념식에서 ‘(러시아에 의한) 북방영토 불법점거’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러시아 내 분위기를 의식한 것이다. 또 12일 중의원에서는 이러한 러시아 정세를 감안해 “올해로 (협상) 기한을 한정할 의도는 없다”며 평화협정 체결 등을 위한 협상이 내년 이후로 늦춰질 수 있다는 인식을 보였다. 이에 총리 주변에서는 협상이 장기화할 경우 다음 정권에 계승하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지지통신은 전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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