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탐사선 ‘오퍼튜니티’가 공식적으로 임무에서 물러났다. 당초 3개월간 ‘근무’를 목적으로 하다 15년간을 화성을 탐험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ㆍ나사)의 과학자들은 서운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존 칼라스 프로젝트 매니저는 “참 힘든 날”이라면서 오퍼튜니티와의 작별을 슬퍼했다. 토머스 저부헨 나사 우주 미션 책임자도 “우리의 사랑하는 오퍼튜니티”라고 마지막 이름을 불렀다고 AP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오퍼튜니티는 수십년 새 최악의 먼지 폭풍이 화성 전체를 휘감으며 수개월째 계속되면서 지난해 6월 10일 교신을 끝으로 연락이 끊겼다. 먼지폭풍 탓 태양광 충전이 어려워 동력 사용량을 줄이려고 동면에 들었으나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NASA는 먼지 폭풍이 가라앉은 뒤 1천여회 이상 복귀 명령 신호를 보냈으나 오퍼튜니티로부터는 아무런 응답이 없기도 하다. 당초 45일간만 적극적인 교신 신호를 보낸 뒤 응답이 없으면 단념할 계획이었으나, 오퍼튜니티호를 살려야 한다는 미국내 우호적 여론과 화성의 바람이 오퍼튜니티의 태양광 패널에 쌓인 먼지를 쓸어내 다시 충전이 이뤄지면 기사회생 할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으로 교신 노력을 계속해 왔다.
골프 전동카트 크기의 오퍼튜니티호는 지난 2003년 케이프 커내버럴 기지에서 발사돼 2004년 1월 24일 화성에 도착했다. 처음에는 90일간 1천야드(914m)를 이동하도록 설계됐으나 수명이 계속 연장되며 탐사임무를 수행해 왔다. 지난해 '인내의 계곡(Perseverance Valley)'에서 먼지 폭풍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며 동면에 들 때까지 15년간 활동하며 약 45㎞를 이동했다. 오퍼튜니티는 이런 탐사임무를 통해 화성에 물이 흘렀던 곳에 대한 지질 기록을 제공하고, 고대 생물의 존재를 뒷받침할 수도 있는 조건을 제시하는 업적을 남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쌍둥이 로버 '스피릿'은 오퍼튜니티보다 훨씬 앞선 지난 2011년 모래에 빠진 뒤 교신이 끊어져 1년만에 사망이 선고됐다.
화성탐사 로버(MER) 프로젝트 책임자인 존 칼라스 박사는 AP통신과의 회견에서 오퍼튜니티호에 작별을 고하는 것이 스피릿호 때보다 쉬운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떠나보낸 뒤 그리워하는 사랑하는 사람같다"면서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날 것이라는 희망을 계속 갖지만 하루하루 지나면서 그런 희망은 줄어들고, 어느 시점에서는 '이젠 그만하자'며 당신의 삶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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