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은행들이 지난해 해외사업(글로벌부문)에서 일제히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4대 시중은행 중 3곳이 지난해 순이익 중 10% 이상을 해외에서 올렸고, 신한ㆍ하나은행은 그 비율이 14% 수준까지 올랐다.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신흥시장을 꾸준히 개척해온 성과로 풀이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해 글로벌부문에서 전년(2,350억원)보다 36.8% 성장한 3,21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신한금융투자(2,513억원), 신한생명(1,310억원), 신한캐피탈(1,030억원) 등 계열사들의 연간 순이익보다도 많다. 은행 전체 당기순이익에서 글로벌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재작년 13.7%에서 지난해 14.1%로 약진했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글로벌부문 당기순이익은 2,855억원으로 전년보다 19.5% 증가했다. 연간 순이익 대비 글로벌부문 비중도 11.6%에서 13.6%로 2%포인트 상승했다. 우리은행은 해외에서 전년 대비 20%가량 늘어난 1,969억원(1억7,560만달러)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다만 전체 당기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4%에서 10.5%로 줄었다. 국민은행의 지난해 글로벌부문 당기순이익은 605억원으로 경쟁사보다 규모는 작지만, 전년 대비 성장률에선 157.4%라는 비약적 성과를 거뒀다.
이 같은 호실적은 은행들이 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을 벗어나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해온 덕분이다. 특히 이미 금융인프라가 잘 갖춰진 선진국 대신 금융산업 발전이 더뎌 성장잠재력이 풍부한 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을 적극 개척한 영향이 크다. 신한베트남은행이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2017년부터 HSBC 등 유수의 글로벌 은행을 제치고 베트남 진출 외국계 은행 중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대표적 성공 사례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지역은 예대금리차가 10%포인트 안팎으로 2%포인트대인 한국보다 수익률이 4~5배가량 높다”며 “1,000억원을 대출해주면 한국에선 20억원의 이익을 내는 반면 동남아에선 100억원의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연초부터 새로운 ‘기회의 시장’으로 떠오른 아시아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14일부터 7박8일 일정으로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을 방문한다. 허 행장이 처음 방문하는 인도네시아는 국민은행이 지난해 7월 현지 부코핀은행 지분 22%를 취득해 2대 주주에 올라있는 곳이다. 인도에서는 현지 금융당국으로부터 3년 만에 지점 개설 인가를 받아 사무소에서 격상된 구르그람지점 오픈 행사에 참석한다.
현지 영업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플랫폼 선점 노력도 치열하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베트남 1위 부동산 모바일 플랫폼 ‘렌트 익스프레스’를 운영하는 패션프루트와 전략적 제휴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우리은행은 렌트 익스프레스 앱을 통해 대출 상품을 홍보하고 대출금리ㆍ한도 조회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인도에서 고객 확인부터 대출실행 및 상환까지 전 과정을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 ‘디지털 팩토링 론’을 선보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고 가계대출 억제를 위한 당국의 규제 강화로 국내 영업의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은행들이 해외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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