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ㆍ유아 대상 무료 육아 공간… 고립육아 부모들 반응 뜨거워
“하루 종일 집에서 아기와 단 둘이 있다 보면 없던 육아우울증도 생기는 것 같아요.”
18개월짜리 딸을 둔 이정란(45)씨는 ‘고립 육아’ 중이다. 친정은 멀고, 시댁 어르신은 연세가 많아 도움받을 곳이 없다. 이씨는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집안에 고립된 채 외롭게 육아를 수행하고 있다. 기저귀를 갈아줘야 하는 어린 아이와 갈 만한 곳이 없는 탓이다. ‘노 키즈 존’을 내건 사회 분위기도 아이와의 바깥나들이를 어렵게 한다. 그나마 백화점ㆍ대형 마트의 문화센터, 키즈카페 정도인데 비용이 만만찮게 든다. 그랬던 이씨가 최근에는 1주일에 두 세 번씩 외출을 감행한다. 바로 서울시가 자치구에 위탁해 운영 중인 ‘우리동네 열린육아방(이하 열린육아방)’으로다.
12일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11단지 내에 있는 열린육아방 ‘도담도담 놀이터’.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는 0~5세 영ㆍ유아와 부모를 위한 일종의 공동육아 품앗이 공간이다. 지난해 박원순 시장이 “돌봄의 책임을 시민들에게 전가하지 않겠다”면서 선보인 곳이다. 이날도 오전부터 입구에 마련된 주차장에는 유모차 9대가 나란히 대있었다. 63평 남짓 공간이라 2시간마다 최대 20명(보호자 포함 40명)까지 예약을 받는데 매번 꽉 차 대기를 거는 경우도 많다. 인근 도봉구나 의정부시에서도 이용 문의가 올 정도다.
부모들의 만족도는 굉장히 높다. 열린육아방이 생기면서 비싸면 시간당 1만원이 넘는 키즈카페를 굳이 갈 필요가 없어졌다. 26개월 아들과 온 진혜성(38)씨는 “비용 부담도 없고, 집에는 없는 장난감이 많아 아이가 잘 논다”며 “큰 아이들이 뛰어 노는 키즈카페와 달리 여긴 영ㆍ유아 중심이라 아이가 안전하게 놀 수 있는 점도 좋다”고 말했다. 영아용 놀이기구 ‘쏘서’부터 집안에 두기는 어려운 미끄럼틀, 트램펄린, 볼풀장, 그림책 등 아이 발달단계에 따른 각종 장난감과 놀 거리가 갖춰져 있다. 지루하지 않도록 2개월마다 교체된다.
특히 육아가 처음인 초보 부모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비슷한 월령의 아이를 키우면서 갖는 고민과 실전 육아 정보를 서로 나눈다. 자조모임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보육교사 자격증을 가진 직원이 상주하면서 아이들과 노는 법을 가르쳐 주는 놀이코칭부터 동화 구연, 종이접기 등 체험활동, 부모교육 프로그램 등 역시 무료로 제공된다.
김승옥 노원구 육아종합지원센터장은 “그동안 지원이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동 위주로 이뤄진 데 반해 열린육아방은 관심 밖이었던 가정 보육을 대상으로 하면서 고립육아 중인 부모들의 반응이 뜨겁다”며 “수요는 많은데 열린육아방을 지을 부지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현재 45곳인 우리동네 열린육아방을 2022년까지 450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노원구는 동마다 한 곳씩 여는 게 목표다. 이용 문의는 해당 자치구 육아종합지원센터로 하면 된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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