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현 대표 “기술을 배우는 곳이 아닌 기회를 만들어가는 인생 학교”
대구 서구 평리동 다울건설협동조합은 지역 사회적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목공 중심의 건설기술을 가르치는 직업훈련학교다. 900㎡ 규모의 강의실 두 곳에서 토목ㆍ건축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목공 기술을 교육한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 건설 일용직 자리도 귀한 요즘, 이곳에서 ‘목수’ 교육을 받고 나면 당당한 기능인으로 대접받는다.
다울건설협동조합이 문을 연 것은 2014년. 20살 청년 때부터 건설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조기현(54) 대표가 수많은 일용직 노동자들이 이렇다 할 기술이 없어 ‘잡부’신세를 전전하는 것을 보고 교육사업에 투신했다. 조 대표는 “혹자는 ‘하다가 안 되면 노가다(막일)라도 하지’라고 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단순 잡부는 일당도 적은데다 그나마 일감이 끊기기 일쑤다. 하지만 ‘기능공’은 다르다. 하지만 나이 들어 기능공이 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이다. 배우기도 어렵지만 무엇보다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가르치는 곳이 없었다”며 조합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조합 수강생 대부분은 나이가 60대다. 은퇴했거나 실직 후 일자리를 찾기 위해 기술을 배우러 온 사람들이다. 주로 구청과 연계, 무직자나 저소득층을 우선으로 한다.
평균 수강 인원은 20여명. 조 대표가 직접 나무를 보는 눈과 가공기술 등을 가르친다. 아파트공사장이나 집수리, 인테리어에 필요한 목수 기술을 교육한다. 3개월 정도면 목수 흉내를 낼 수 있을 정도로 속성과정이다. 전문기능인 보조는 충분할 정도로 가르쳐 배출한다.
조합 설립 후 지금까지 배출한 목공 기술자는 400여명. 대부분 기능인으로 몸값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조합 내 취업센터에서는 이들을 각종 건설 현장과 기관과 연계해 일자리도 알선하고 있다.
조 대표는 “조합을 통해 기술을 습득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지역사회의 일자리 걱정이 줄어들 것”이라면서 “특히 재개발이 이뤄지는 곳의 주민 대상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저소득층 일자리 창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목공예는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수업이다. 주로 장식품을 만든다. 원목을 말리는 것부터 가공, 제작까지 전 과정을 제작한다. 제법 많은 제품이 나오지만, 막상 매출은 크게 나지 않는다. 가격이 저렴한 까닭이다. 조 대표는 “이 제품을 구매하면 저소득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며 제품판로 확보를 위해 고전분투하고 있다.
수강생들은 어느 정도 기술을 배우면 비교적 주문을 받은 목공예품을 제작, 판매해 수입을 올릴 수도 있다. 이렇게 수강생들이 목공예품을 제작해 판매한 규모는 지난 한 해 동안 5억원에 이른다.
3년 전 노숙인을 대상으로 건축아카데미과정도 개설했다. 노숙인들의 직업 재활 과정을 통해 대부분이 기술을 익혀 기능인이 됐다. 한 40대 남성은 그때 익힌 기술로 몇 년만에 기능공이 되었다. 지금은 잡부로 일할 때보다 2배 이상 임금을 받고 있다. 그는 공사가 없는 날이면 박카스를 들고 찾아와 수강생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를 해주곤 한다.
입소문이 나면서 기존 수강생의 소개를 받고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재개발 지역에 있는 주민을 상대로 한 마을목수학교도 진행하고 있다. 재개발 지역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계획으로 시작했다.
“소외계층이 가장 많이 종사하는 건설업에서 기술이 없으면 고용의 기회도 박탈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교육사업을 통해 이윤을 남기기보다 사람을 남기는 기업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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