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중국은 미국과 치열한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경제가 어려워졌고 국민들의 삶도 팍팍해졌다. 하지만 정작 중국인들은 상대적으로 무역전쟁 관련 소식을 많이 접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서 10억명 이상이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인 웨이신(微信ㆍ위챗)에서 검열된 주제어를 분석한 결과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대 저널리즘 미디어 연구센터가 지난해 웨이신에서 보도된 104만건 기사를 분석한 결과, 총 1만1,000건이 검열됐는데 이 가운데 미국과의 무역전쟁 관련 뉴스가 가장 많았다. 웨이신은 개인 간 메신저를 주고받는 통로일 뿐만 아니라 중국 내 최대의 모바일 뉴스 공급원이기도 하다.
연구팀이 검열된 기사를 주제별로 분류한 결과, 가장 많이 검열된 10개의 주제어에는 ‘무역갈등 장기화’, ‘미국 정부의 중국 ZTE 제재’,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 체포’ 등 미중 무역전쟁 관련 내용이 3개였다. 양국이 ‘90일 휴전’에 합의한 12월부터는 기사 검열 강도가 이전보다 다소 누그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 관계자는 “검열의 주된 목적은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이미지를 높이고 국민의 동요를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무역전쟁과 함께 많이 검열된 주제로는 지난해 4월 베이징(北京)대학 한 여학생의 고발로 고조된 ‘미투 운동’, 수십 만개 불량 DPT 백신이 유통되면서 불거진 ‘불량백신 파동’,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유전자 편집 아기’ 등이 있었다. 또 화신에너지공사(CEFC) 전 회장 예젠밍(葉簡明)에 대한 부패 혐의 조사와 최고 인기를 누리던 배우 판빙빙(范氷氷)의 거액 탈세 사건 등도 지난해 중국에서 가장 많이 검열된 주제에 속했다. 하나 같이 국가 이미지를 훼손한다는 이유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대목은 한국과 북한 관련 뉴스도 검열 대상에 적잖이 포함된 점이다. 한국 관련 기사는 총 327건이 삭제됐는데 화장품을 포함한 뷰티 제품, 중국인 관광객 기사 등이 많았다. 북한 기사는 249건이 삭제됐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 관련 언급, 북한 부동산 투자 관련 내용 등이 다수를 차지했다.
중국 정부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이후 웨이신 검열을 통해 정치적으로 민감한 대화나 뉴스를 걸러냄으로써 여론을 통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부터는 가짜뉴스 단속을 명분으로 강력한 검열정책을 시행해 최근까지 웨이신 등에서 활동하던 11만여개의 SNS 계정이 폐쇄됐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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