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진 곳이나 상가, 비닐하우스 등에 거주하는 저소득층은 주거지에 도시가스가 연결되지 않아 액화석유가스(LPG)통이나 등유로 난방과 온수를 사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건물에는 단열재마저 미비해 온열매트 등을 이용하며 난방비를 추가로 들이기도 한다. 반면 중산층이나 고소득층은 아파트나 주택단지에 들어오는 도시가스망을 통해 액화천연가스(LNG)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건축물에 단열재가 잘 설치돼 있어 이들보다 에너지 비용을 더 적게 지출할 수 있다. 특히 겨울과 여름철에 심해지는 이 같은 현상을 ‘에너지 불평등’이라 한다.
에너지 불평등을 해소하려면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외지고 열악한 곳에 한국가스공사가 도시가스 선을 더 많이 연결해 공급망을 촘촘히 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있다. 하지만 가스공사 입장에서는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의 도시가스망 연결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이 때문에 가스공사는 에너지 불평등 해소에 초점을 둔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에너지 복지 향상을 위한 열효율 개선사업’이 그 가운데 대표적이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12월 대구시 북구 ‘멘토지역 아동센터’를 에너지 절감형 건물로 바꿨다. 먼저 이 건물의 단창과 고정창을 여닫을 수 있는 이중창으로 교체했다. 이에 따라 갈라지고 썩은 나무 창틀로 새어 나가던 열기가 차단돼 난방비는 절감되고 에너지 효율은 올라갔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이곳을 포함한 사회복지시설 92곳, 저소득층 가구 67곳에서 이 같은 열효율 개선사업을 벌였다.
가스공사가 열효율 개선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10년이다. 최근에는 사회 취약계층이 거주하는 노후 건물에 이중창 설치뿐 아니라 단열재, 보일러,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교체 등도 지원하고 있다. 건물의 단열 성능을 높이면 에너지 효율이 올라가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 효과가 난다. 사업 대상 건물에 대해서는 건축 전문가의 사전ㆍ후 점검을 통해 에너지 이용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에너지 절감을 위한 최적의 개선 방안을 찾도록 한다고 가스공사는 설명했다.
가스공사는 열효율 개선사업에 지난해만 16억7,000만원을 투입했다. 이를 통해 총 159곳에서 연간 에너지 49만kWh, 3,600만원 가량의 난방비를 절감했다고 밝혔다. 이는 8만3,000여 그루의 나무를 심어 이산화탄소(CO₂)를 저감하는 효과와 같다는 게 가스공사의 설명이다. 공사가 2010년부터 열효율 개선사업에 투자한 예산은 총 167억원으로, 저소득층 가구 총 899곳, 사회복지시설 799곳이 대상이었다. 이 사업에는 사회적기업 258개도 참여했다. 지난해에만 사회적기업 19개가 시공에 참여해 총 11억원 매출을 올렸으며, 4,000만원 상당의 자재 구매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했다고 가스공사는 설명했다.
사회 취약계층에게 건설 기술을 가르쳐 이 사업에 투입하면서 일자리 창출 효과도 내고 있다. 여기에는 가스공사가 지난 2016년부터 노숙인과 쪽방촌 거주자를 대상으로 운영한 ‘온(溫)누리 건축 아카데미’가 주요 역할을 한다. 가스공사는 건축 아카데미 참여자를 사회적기업인 ‘다울 건설협동조합’에 보내 6개월 동안 주 2회, 하루 3시간씩 목공ㆍ도배ㆍ장판ㆍ방수ㆍ단열 등의 기술을 기초부터 심화 과정까지 가르치고 있다. 이들은 가스공사 본사가 있고 노숙인이 여타 지역보다 많은 대구 지역 쪽방에서 집수리, 도배, 장판 등 시공을 하며 봉사활동과 기술 실습을 겸한다.
가스공사에 따르면 이들은 6개월 교육과정을 수료한 후 취업과 창업을 통해 일자리를 찾아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있다. 시범사업을 처음 실시한 지난 2016년에는 20명의 교육생 가운데 16명이 수료했고, 6명이 취업했다. 지난해에는 25명 가운데 21명이 수료, 12명이 취업했다. 지난해 과정을 마친 수료생 2명은 사회적 협동조합인 ‘거리의 친구들’을 창업하기도 했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6월 대구 본사 로비에서 ‘온누리 건축아카데미’ 수료생 작품 전시회를 열어 이들의 판로 개척을 도왔다.
가스공사는 또 에너지 복지 증진과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산에 기여하려는 취지로 지난 2016년부터 대구 지역 사회복지시설에 연료전지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연료전지는 천연가스에서 추출한 수소와 대기 중 산소가 화학반응을 통해 열과 전기를 발생시키는 덕에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가 탁월한 고효율ㆍ친환경 에너지원이다. 이를 통해 복지지설당 한 해 수백만원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고 가스공사는 설명했다.
아울러 가스공사는 보건복지부와 함께 사회보장 정보시스템을 분석해 장애인, 국가유공자, 차상위 계층, 다자녀가구 가운데 도시가스 요금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한 이들을 발굴해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도시가스 요금 감면을 받은 가구 수는 지난해 9월 기준 약 119만개로 전년 대비 7.2% 증가했다. 가스공사는 지진ㆍ태풍 등의 자연재해를 입은 이들에게도 요금 감면 혜택을 준다.
김영두 가스공사 사장 직무대리는 “앞으로도 한국가스공사는 사회공헌 활동을 적극적으로 실천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공기관으로서 사회적 가치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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