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이 서울 종로구 송현동 호텔부지를 매각하는 등 군살빼기에 들어갔다. 행동주의 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가 공개적으로 요구한 내용 중 일부를 받아들이는 모양새지만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소액주주들 결집을 막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이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13일 향후 5개년 중장기 ‘한진그룹 비전 2023’을 발표하고,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주주가치 극대화 및 경영 투명성 강화 방안을 내놨다. 송현동 부지를 올해 안으로 매각하기 위한 구체적인 일정과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는 한편 외부 투자자를 유치해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과 서귀포칼호텔을 연계한 고급 휴양 시설로 개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배당성향도 확대해 2018년 당기순이익 50% 수준을 배당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현재 3인인 사외이사도 4명으로 늘려 7인 이사회 체제로 운영하는 지배구조 개선책도 포함됐다. 한진칼에는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되는 감사위원회를 둘 예정이다. 그룹 관계자는 “경영 선진화를 기반으로 오는 2023년까지 그룹 전체 매출을 22조원에 10% 이상 영업이익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송현동 부지 매각으로 한진그룹이 약 5,0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은 이를 기업 부채 해소와 투자 등 재무구조 개선을 사용, 주주 이익을 담보하는 방향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송현동 부지에 7성급 호텔을 지으려 했지만 관련 사업이 ‘박근혜 국정농단사업’에 휘말리면서 지금까지 아무런 진척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송현동 부지는 조 회장이 가장 많이 애착을 갖던 곳“이라며 “주주 가치를 높이고자 부지 매각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쇄신안을 두고는 KCGI의 제안에 대한 응답이라는 평가가 내려진다. KCGI는 한진칼에 대해 △감사 1인 선임 △사외이사 2인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2인 선임(감사위원회 설치 시) 등을 주주총회에서 상정하라고 요청했으며, 송현동 부지 등 항공업과 시너지가 낮은 사업부분을 원점 검토할 것을 요구해왔다. 한진 측은 “제안 내용을 이사회에 상정해 논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큰 틀에서 보자면 KCGI 제안이 반영이 됐다고 할 수 있겠지만 3월에 있을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에서 승리, 현 대주주 중심의 오너 경영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