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종로빌딩에 한달째 운영… 증강현실 안경 끼고 원격회의도
‘사원증, PC, 회의실….’ 직장인의 일상에서 가장 기본적인 물건과 공간이지만 5세대(5G) 통신 시대 사무실에서는 가장 빨리 사라질 것들이다. 본인 확인은 얼굴 등 생체인증으로 대체되고 무거운 본체가 달린 데스크톱 PC 대신 스마트폰만으로 모든 업무가 가능해 진다. 심지어 동료와 얼굴 맞대고 회의할 필요도 없다. 가상 공간에 회의실을 만들어 지구 반대편에 있는 팀원과 회의하는 게 가능하다. 초고용량의 데이터를 지연 없이 초고속으로 전달하는 5G 상용화로 구현된 ‘스마트오피스’가 이미 서울 한복판에 문을 열었고, 벌써 한달 째 SK텔레콤 직원 300여명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SK텔레콤은 13일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 빌딩 27~29층에 구축한 ‘5G 스마트오피스’를 공개했다. 5G 네트워크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증강현실(AR)ㆍ가상현실(VR) 등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공간이다. 이 곳을 출입하는 직원들과 이들이 사용하는 기기, 사무실 곳곳에 설치된 IoT 센서(감지기) 등이 거미줄처럼 엮여 5G로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출근 준비? 얼굴ㆍ폰이면 끝
추운 겨울 주머니에서 손을 빼 가방을 뒤지거나 손에 든 커피를 내려놓으며 두리번거리는 장면은 사원증을 태그해야 출입할 수 있는 회사 앞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스마트오피스 로비에서는 문에 달린 카메라를 쳐다보기만 하면 된다. AI가 얼굴 피부 톤, 골격, 머리카락 등 3,000여개 특징을 찾아내 직원이 맞는지 확인한다. 약 1초면 인식이 끝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걸어가면서 문을 통과할 수 있다.
사무실에 들어서면 입구에 설치된 디스플레이를 터치해 오늘 일하고 싶은 좌석을 선택하면 된다. 이 화면으로 IoT 센서가 측정하는 실내온도 등 각종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화장실 문고리에도 사람이 들어왔는지 여부를 인지하는 센서가 설치돼 몇 번째 칸이 비었는지도 알 수 있다.
사무실 책상에는 모니터 한대만 덜렁 설치돼 있다. 클라우드 서버와 연결되는 곳에 스마트폰을 꼽기만 하면 모니터에 어제 하던 작업 상태가 그대로 뜬다. 데스크톱 PC나 노트북 PC 없이도 가상의 데스크톱 환경(VDI)과 연동되기 때문이다. 5G 기반이라 영상 편집, 문서 작성 등 고용량 작업도 끊김 없이 가능하다. 보통 윈도 등 운영체제(OS), 사내 인트라넷, 사내 클라우드 등에 접속하려면 몇 번씩 로그인을 거쳐야 하지만 스마트폰이 일종의 본인확인 역할을 수행해, 곧바로 직전 업무 화면으로 연결된다.
증강현실(AR)글라스를 쓰면 원격 가상 회의를 열 수 있다. 기존에도 원격 회의는 가능했지만 5G 스마트오피스에선 대용량 영상자료를 가상공간에 띄운 뒤 재생시켜 함께 보거나, 3차원(3D) 설계도면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의견을 교환하는 게 가능하다.
사무실 한쪽에 있는 5G 카페테리아에 있는 무인자판기는 얼굴을 분석해 직원을 알아본다. 음료를 꺼내면 그 직원과 연결된 결제 정보로 계산된다.
◇초연결성으로 업무효율 극대화
스마트오피스의 가치는 유기적 연결에 있다. 각 공간이 따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데이터들이 결합해 업무효율을 올려주는 데 의미가 있다. 로비 얼굴인식 출입 시스템은 앞으로 사람의 감정까지 분석해 피곤해 보이는 사람에게 햇볕이 드는 좌석을 추천하는 식으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직원들이 선택하는 좌석, 이용 기기 등을 분석해 최적의 업무 공간을 디자인하고 소통과 협업의 효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1㎢ 내 100만개 기기를 동시에 연결할 수 있는 기술 ‘매시브 IoT’를 도입했다. 현재 스마트오피스 3개 층에는 2,300개의 IoT 센서가 설치돼 있다. 한달 운영 결과 출장 건수와 종이 사용량이 전보다 각각 28%, 44% 줄었다.
신상규 SK텔레콤 ER(노사관리)그룹장은 “사무실이란 개념을 기존 소유, 점유에서 전체와의 공유로 확장해 일하는 방식의 생산성을 높여주고 기업이 고민하는 임대료, 에너지 관리비 등 비용을 줄여주는 게 스마트오피스”라며 “올해는 서비스 고도화에 초점을 맞추고 향후 부동산, 건축 설계 디자인, 공유 오피스 등과 관련된 사업자들을 고객사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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