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가 흰색 승용차로 우리 꼬마들을 마구 유괴한다. 그리고 장기를 적출해 외국에 팔아 넘긴다.”
28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달 들어 프랑스 파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이런 괴소문이 급속히 퍼져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집시에 의한 유괴 사건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소문을 사실로 믿은 이들이 가뜩이나 프랑스 사회에서 인종적으로 멸시 받는 집시를 집단 공격하거나 승합차에 불을 지르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집시들의 누명을 벗겨줘야 할 파리 경찰의 대응은 소극적이다. “루머들은 사실이 아니다. 어떤 유괴도 없었다”는 메시지만 트위터에 올렸을 뿐이다. SNS에는 경찰 트위터도 거짓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
반면 혐오범죄에 엄격한 독일 경찰의 유사한 상황에서의 대응은 완전히 달랐다. 대서양 반대쪽 미국 뉴욕타임스(NYT)마저 SNS를 통해 증폭된 혐오범죄에 정면으로 맞선 성공사례로 소개할 정도다.
NYT가 전세계 경찰의 모범으로 소개한 독일 바이에른주 경찰의 대응은 이랬다. 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말 독일 바이에른주에서 무슬림 난민들이 11살 독일 소녀를 길거리에서 집단 성폭행했다는 루머가 페이스북을 통해 퍼지기 시작했다. 독일 경찰이 급히 확인한 결과, 한 아프가니스탄인이 17살 소녀를 더듬고 옷을 들춰 올린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게 확대 재생산 됐다. 뉴스가 퍼지는 과정에서 한 명의 피의자는 난민 집단으로 바뀌었고, 성추행은 강간으로, 피해자의 나이는 17살에서 11살로 바뀌었다.
독일 경찰도 처음에는 SNS를 통해서만 사건을 해명했다. 그러나 파리처럼 해명이 통하지 않았다. 경찰의 SNS 해명 메시지는 정치인들이 사건을 무마하도록 지시했기 때문이라는 음모론까지 가세하며 더 확산됐다. 시민들의 분노와 공포는 높아져만 갔고, 무슬림 난민들뿐 아니라 이중적인 정치인들까지 다 쫓아내야 한다는 여론이 온라인에서 들끓기 시작했다.
SNS 가짜뉴스를 SNS만으로 퇴치할 수 없게 된 걸 깨달은 독일 경찰은 원시적이지만 가장 확실한 해결책을 시도했다.
바이에른주 트라운슈타인시 29년 경력 안드레아스 구스케 수사관이 후배 2명과 팀을 꾸렸다. 구스케 수사관은 가짜 뉴스를 공유한 지역 주민을 찾은 뒤, 루머가 처음 만들어진 오프라인 출처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의 확산 경로를 역추적했다. 이어 루머를 올린 이들의 집을 일일이 방문, “경찰입니다. 이 페이스북 글 올리신 분 맞으십니까”라며 그들이 오해한 증거를 보여준 뒤 게시물을 내려달라고 설득했다. 그 결과 단 한 명을 제외한 모든 이가 게시물을 수정하거나 삭제했다.
NYT는 독일 경찰의 노력에 대해 “루머 유포자들을 체포하거나 구금하는 대신, 마치 공공보건 의사들처럼 지역사회에 ‘가짜 뉴스’ 예방주사를 놓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이 신문은 “페이스북 같은 SNS가 부정적이고 원초적인 감정들을 노출함으로써, 사람들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왜곡시키고 있다”며 사법당국도 새로운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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