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 이웃 직장인 “3년 동안 공사 없었다”
북한 사람들이 ‘최고 존엄’ 모시는 지도자의 방문을 준비하는 것일까. 베트남 주재 북한 대사관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2주 앞두고 보수공사에 들어갔다.
13일 오전 하노이 중심가 레닌 공원 인근의 북한 대사관으로 건설자재와 장비를 실은 2톤 규모 화물트럭이 굳게 닫힌 철문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목격됐다. 밖에 주차된 또 다른 트럭에도 긴 철재 사다리와 비계, 플라스틱 바구니, 포대들이 실려 있었다. 현장에 있던 한 관계자는 “관저 재건축(reconstruction) 공사”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수의 긴 사다리와 시멘트로 추정되는 자루들이 실린 것으로 보아 건물 안팎 보수 공사 또는 부분 리모델링 공사를 벌이는 것으로 추측됐다.
장비와 동원된 인부 규모를 감안하면, 단순 보수작업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북한 대사관 인근 사무실에서 3년째 근무 중이라는 한 시민은 “대사관 문이 저렇게 활짝 열린 적을 보지 못했다. 공사도 그 동안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에는 김명길 대사가 직원들을 데리고 직접 나와 공사를 지켜봤다”고 전했다. 또 대사관 건물의 시야를 방해하는 주변 가로수의 가지치기를 위한 작업도 함께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 준비로 눈코 뜰새 없을 시기의 대사관 공사인 만큼 하노이 외교가에서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정상회담 준비로 분주한 상황에서 벌이는 때아닌 공사”라며 “당연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문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북미 정상회담 및 그 전후로 예정된 김 위원장의 국빈방문 수행원들의 숙소를 마련하려는 작업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실무진까지 숙박요금이 비싼 호텔에 묵는 것보다는 대사관 건물이 적당한데다가, 경호 및 보안문제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외교 담당 부위원장이 팜 빈 민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과 면담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전날 베이징을 경유해 항공편으로 평양에 도착한 민 장관은 오는 14일까지 2박 3일간 평양에 머물며 2차 북미 정상회담 및 김 위원장의 베트남 국빈 방문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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