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진군 대이작도ㆍ소청도 두 섬… 전화로 부르는 콜버스 운행 시작

KBS 라디오 드라마 ‘섬마을 선생’과 그 주제가인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 인기에 편승해 1967년 제작된 영화 ‘섬마을 선생’ 촬영지는 인천시내에서 약 44㎞ 떨어진 옹진군 대이작도이다. 썰물 때 3~5시간 동안 보였다가 밀물 때 사라지는 모래 섬 ‘풀등’으로도 유명한 대이작도는 지난달 주민등록인구 기준 150가구에 269명이 거주하고 있지만 택시는커녕 최근까지 버스도 다니지 않았다. 이곳에서 버스가 다니기 시작한 것은 이달 1일부터다.
개통식은 11일 열렸다. 인천시와 옹진군 주최로 옹진군 자월면 이작1리 다목적회관에서 치렀다. 명칭은 ‘섬마을 100원 주민행복버스 개통식’. 주민행복버스는 대중교통수단이 없는 대이작도(이작1ㆍ3리)와 161가구에 235명이 사는 소청도(소청1ㆍ2리) 2곳에서 운행하는 공공 콜버스다. 주민들은 전화로 버스를 부르고 이용료 100원만 내면 된다.
인천시와 옹진군은 올해 주민행복버스 운영에 차량구입비를 포함해 2억원을 투입한다. 운영은 사단법인 대이작바다생태마을운영위원회와 주민단체 소청1리개발위원회가 각각 맡았다.
주민의 발 역할을 하는 운전대는 대이작도 토박이인 장경일(56)씨와 강무병(56)가 잡게 됐다. 이들은 각각 마을생태관에 붙은 공고를 보고 지원해 4대 1의 경쟁률을 뚫었다. 2명이 매일 번갈아 운전대를 잡고 있다.
섬에서 민박사업 등을 했던 장씨는 “차가 없는 주민이나 어르신들이 인천시내를 나가실 때 주로 이용하고 있다”라며 “다 어머님, 아버님과 같은 분들이라서 안전하게 모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씨와 함께 격일제로 근무하고 있는 강씨는 “초등학교까지 섬에서 다니고 육지로 가서 사회생활을 하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이 일을 하게 됐다”라며 “누구 엄마, 누구 누나 등 버스를 타는 사람 중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주민행복버스는 쿠폰을 구입해서 사용하는 방식인데, 미성년자와 80세 이상은 한달에 30장, 그 외에는 10장씩 살수 있다. 이달에는 대이작도에서만 620장이 팔렸다.
장씨는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근무하는데, 보통 하루에 7, 8차례 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씨는 “(승객 가운데) 어르신들이 많은데 김장김치 등을 자식들에게 갖다 주기 위해 인천시내로 나가거나 마을 반대편에 있는 경로당에 가려고 버스를 부르는 분들이 많다”라며 “운전뿐 아니라 짐을 들어드리는 일도 해야 하는데, 날이 풀리면 농작물 등 짐이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주민행복버스는 선착장과 보건지소, 마을회관 등 마을 주요 거점을 도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인천시와 옹진군은 대이작도와 소청도 각각 3개 노선씩 모두 6개 노선을 시범 운영한 뒤 향후 주민 의견을 반영해 노선을 확대할 예정이다.
옹진군 관계자는 “인건비와 유류비, 보험료, 수리비 등 한해 마을별로 5,000만원씩 총 1억원 정도 운영비가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라며 “주민 만족도가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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