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형태 이익 제공 첫 제재
의료기기 판촉을 위해 수술실에 회사 영업사원을 보조 인력으로 들여보낸 다국적 기업이 억대 과징금을 물게 됐다. 의료기기 회사가 금품이 아닌 노무 형태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은 건 처음이다.
공정위는 인공관절 삽입물 등 의료용품을 생산하는 다국적 의료기기 회사 스미스앤드네퓨 한국법인에 과징금 3억원을 부과했다고 13일 밝혔다. 스미스앤드네퓨는 자사 의료기기 판매를 늘리기 위해 병원에 수술보조 인력을 지원하고, 학술대회 및 해외교육훈련 참가 경비, 강연료 등을 부당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스미스앤드네퓨는 2007~2014년 한 네트워크 병원 소속 7개 병원에서 자사 의료기기를 사용한 수술을 할 때 영업직원을 지원했다. 의료기기법 상 수술 중 의료기기 영업지원은 통제된 구역에서 레이저포인터 등을 이용해 의료기기 조립이나 사용을 돕는 기술적 지원 업무에 한정된다. 그러나 스미스앤드네퓨 직원들은 손을 소독하고 수술실에 들어가 수술기구 조립 및 전달 업무를 담당하는 스크럽 간호사, 환자 신체를 만지며 수술에 필요한 시야 확보 업무를 하는 진료보조인력(PA) 등의 역할을 하며 수술 의사를 보조했다. 공정위는 “해당 네트워크 병원이 수술보조 인력에 비해 수술건수가 많다는 점을 알고 영업사원을 사전 배치하는 방식으로 인력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 회사의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관계부처인 보건복지부에 통보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스미스앤드네퓨의 병원 경비 지원도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의 공정경쟁규약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규약상 학술대회 참가 의료인에 대해선 직접적 지원이 금지돼 있음에도 이 회사는 홍콩에서 열린 인공관절 전치환술 워크숍에 참가한 의료인 가족에게 항공료, 식대, 현지 관광경비를 지원했다. 해외교육훈련의 경우엔 실비 상당의 여비, 숙박비 정도만 지원할 수 있지만 회사는 미국에서 진행된 신제품 교육 참가자들에게 골프 경비를 대준 뒤 교통비나 식사비를 제공한 것으로 서류를 조작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의료기기는 국민 건강과 직결된 제품이므로 공정거래법뿐 아니라 의료기기법 등에서도 유통질서를 저해하는 영업활동을 규제하고 있다”며 “환자가 직접 의료기기를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리베이트 등 불공정한 경쟁수단에 의해 구매 선택이 왜곡된다면 최종 소비자인 환자의 이익이 침해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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