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서 공개 결혼식… 하객 줄 50m ‘공사 구분 못하나’
아들이 편법으로 국회를 자유롭게 드나든 사실이 알려져 논란인 박순자 자유한국당 의원의 남다른 ‘가족사랑’이 또 입길에 올랐다. 아들 논란 이전에도 당 최고위원이던 10년 전 지역구(경기 안산 단원을)에서 치른 큰딸 결혼식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기 때문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이자 3선 중진인 박 의원의 아들 양모씨가 의원실의 입법보조원 자격을 얻어 국회 출입증을 발급받은 사실이 13일 드러났다. 한 민간기업에 다니는 양씨는 대관 업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기업과 국회의 다리 역할을 하는 대관 담당은 국회를 출입할 일이 잦다. 입법 과정에서 업계나 사측의 이해가 반영되도록 하는 게 주된 업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회는 보안 규정에 따라 방문할 때마다 민원실에 신분증을 맡기고 목적 등을 기술하는 서류를 작성해야 한다. 그런데 양씨는 모친의 의원실 소속 입법보조원으로 등록해두고 아예 출입증을 발급 받아 보안 절차를 생략하는 편법을 쓴 것이다.
박 의원은 이를 알지 못했다며 보좌진이 편의를 봐주려 한 일 같다는 취지로 해명하고 유감을 표시했다. MBN 인터뷰에선 “국회의원이 엄마이고 아버지면 국회 들어오는 게 뭐가 어렵겠느냐”며 “남들한테 공개는 안 하지만 (다른 의원들도) 절반 이상 관리를 해주는 건 사실”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문제가 되자 박 의원 아들은 출입증을 반납했다고 한다.
박 의원은 재선 의원이었던 2009년 6월에도 자녀 문제로 논란이 인 적이 있다. 지역구에서 큰 딸의 혼례를 공개적으로 치르면서다.
이명박 정부 시절 여당 최고위원이자 친이계로 분류됐던 박 의원 딸의 결혼식에는 인파가 몰렸다. 주례는 박희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맡았고,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이재오 전 최고위원 등 당시 여당 실세 의원들이 대거 찾았다.
식장이었던 한양대 안산캠퍼스 게스트하우스는 한 시간 전부터 주차난이 벌어졌고 화환은 건물 밖까지 즐비하게 늘어섰다. 박 의원과 악수를 하고 축의금을 내려는 하객의 줄이 50m 정도나 됐다. 국회의원으로서 부적절한 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여기다 일각에서는 ‘호화 결혼식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에도 박 의원은 ‘엄마 마음’을 들어 해명했다. “그 무엇보다 소중했던 딸을 시집 보내는 엄마의 마음으로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서 논란이 된 점에 대해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하며 심심한 유감의 뜻을 밝힌다”는 것이었다. 또 “국가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검소하고 소박하게 치르기 위해 노력했다”며 “하객에게 제공된 음식도 갈비탕이나 국수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공직자로서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최소한의 윤리 규범조차 지키지 못한 행태가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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