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토요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 및 국회의원 총선거를 치르는 나이지리아는 각 후보들의 유세활동으로 들썩이고 있다. 2015년 선거에서 민주화 이후 첫 정권교체가 이뤄졌기에 여당(범진보의회당ㆍAPC)은 가까스로 창출한 정권을 유지하려고, 야당(인민민주당ㆍPDP)은 이를 다시 탈환하려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자랑하는 나이지리아는 한국과 비슷한 민주화 과정을 거쳤다. 1960년 영국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나 총리제 정부를 수립했지만 불과 6년만에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 긴 군부독재의 시기가 시작됐다. 서로 다른 계파의 장성들이 쿠데타를 일으키며 권좌의 주인만 계속해서 바뀌었다. 1979년부터 4년간 잠시 민주주의를 되찾기도 했지만 1983년 쿠데타로 인해 나이지리아의 민주주의는 다시 후퇴했다.
‘나이지리아의 봄’은 1999년이 돼서야 찾아왔다. 마지막 군부 독재자였던 사니 아바차 대통령은 1998년, 시민에게 정권을 돌려주겠다며 8월 선거를 약속했다. 그러나 아바차 대통령은 이미 주요 5개 정당을 겁박해 자신을 단일 후보로 추대하도록 해놓은 상태였다. 아바차가 그 해 6월 갑작스럽게 사망하지 않았다면 나이지리아의 봄은 더 늦어졌을 것이다. 아바차의 자리를 이어받은 압둘살라미 알하지 아부바카르 대통령은 이듬해 5월 민주적 선거를 가능케 하는 개헌 후 같은 달 말에 새로 당선된 대통령에게 권력을 이양했다. 이때 당선된 올루세군 오바산조 대통령은 1976년부터 3년간 집권했던 전임 대통령으로서, 1979년 권력을 내려놓고 1차 군부독재기를 종식시켰던 장본인이다.
수십 년 만에 비로소 되찾은 민주주의지만 ‘초행길’인만큼 매 선거마다 잡음이 끊이지를 않는다. 2011년 선거까지 투표조작과 부정선거가 만연했고 현재까지도 유력후보들의 대다수는 과거 군부 정권에 복역했던 인물들이다. 정치ㆍ종교적 성향이 다른 시민들이 폭력사건에 휘말리는 경우도 잦다.
그래도 2015년에는 비교적 ‘깨끗한’ 선거를 치루고 첫 평화적 정권교체까지 이뤄냈다. 점차 민주주의의 초석을 닦아가는 나이지리아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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