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업계 최초 노동조합인 네이버 노조가 20일부터 단체행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IT업계가 숨죽인 채 진행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네이버가 남기는 선례가 IT업계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은 20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1층 로비에서 첫 공식 쟁의행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쟁의행위는 단체교섭 결렬 후 노조에서 사용하는 실력행사 방법으로, 파업 외에도 피케팅이나 보이콧(불매운동), 태업 등이 있다. 공동성명 관계자는 “지난달 28~31일 네이버, NBP, 컴파트너스 소속 노조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찬반투표에서 찬성표가 압도적으로 많이 나온 결과에 따라 쟁의행위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첫 쟁의행위인 만큼 전격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은 낮지만, 노조 측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오세윤 네이버 노조 지회장은 11일 기자 간담회에서 “시작부터 파업을 원하는 노동조합은 없다”면서도 “회사가 지금처럼 노동 3권을 무시하는 태도를 지속하고 대화의 창을 열지 않는다면 노조는 가장 강력한 단체행동권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때 과중한 노동강도로 ‘판교의 오징어배’, ‘판교의 등대’라는 평가를 듣던 IT 업계에서 파업 가능성이 언급된 것은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네이버 노조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제시한 △안식휴가 15일 △남성 출산휴가 유급 10일 △전 직원 대상 인센티브 지급 기준 설명 등을 포함한 조정안을 사측에서 받아들일 경우 IT업계에 새로운 노동 기준이 세워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노조가 파업을 단행할 경우 24시간 쉬지 않고 제공되는 인터넷ㆍ게임 서비스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선례가 남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네이버 노사협상 과정이 IT업계 전체에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낳는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IT노조들은 네이버 노조를 조용히 응원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출범한 네이버 노조는 이어 설립된 넥슨과 스마일게이트(9월), 카카오와 안랩(10월) 노조의 ‘형님’ 격이다. 넥슨 노조 ‘스타팅포인트’ 관계자는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은 뒤에서 지원하고 있다”면서 “네이버 노조가 파업을 결단하거나 향후 도움이 필요할 때, IT노조끼리 연대성명을 발표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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