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텍사스주 엘패소에서 ‘국경장벽 연설’로 2020년 재선을 겨냥한 유세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같은 시각 불과 300m 떨어진 곳에서는 그의 대선 라이벌이 될 수 있는 민주당 신예 베토 오루어크 전 하원의원의 ‘맞불 연설’이 열렸다. 이날 미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 요구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13억 달러 규모의 국경장벽 예산안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AP통신은 11일 오후 7시(현지시간) 성조기와 ‘장벽을 완성하라’는 배너를 든 수천 명 지지자로 가득 찬 엘패소 카운티 콜리세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장벽은 사람들의 삶을 지킨다”라며 의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자신은 대선 공약을 지킬 것이라고 맹세했다고 전했다.
이날 열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집회는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한 첫 대규모 정치유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핵심 공약인 국경장벽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지지세 결집을 시도했다. 엘패소는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국경도시’로, 지난 대선 트럼프 대통령의 이 지역 득표율은 26%에 불과했다.
민주당의 베토 오루어크 전 하원의원은 같은 날 오후 5시 지역 시민단체, 인권 단체, 히스패닉 단체 등과 함께 ‘진실을 위한 행진’ 맞불 집회를 열었다. 그는 “장벽은 삶을 지키는 게 아니라, 삶을 끝낸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AP통신은 ‘이민자가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다’는 야구 모자를 쓴 수천 명의 지지자들이 “베토를 2020년 대선 후보로”라고 적힌 배너를 들고 환호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맞설 민주당의 스타 정치인으로 떠오른 오루어크는 오프라 윈프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르면 이달 말쯤 대선 경선 출마를 선언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한편 미국 의회 예산안 협상이 이날 밤 늦게 원칙적 합의에 이르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등은 리처드 셀비 미 상원 세출위원회 위원장이 “(국경안보 예산에 대한) 원칙적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협상 기한을 나흘 앞두고 양당이 협상을 타결하면서 셧다운 재개 우려는 낮아지게 된 것이다.
15일 이전 상하원 표결을 통과해 트럼프 대통령 서명을 받으면 셧다운 재개를 피할 수 있다. 다만 합의안에 담긴 장벽 예산안이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해온 57억 달러(6조4,085억원)에 한참 못 미친다는 점이 변수다. WSJ는 양당 관계자를 인용해 국경장벽 예산으로 13억7,500만달러(약 1조5,459억원)가 배정됐으며, 88.5㎞ 새로운 장벽을 설치하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장벽 건설이 이미 상당수 진행 중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 대부분의 작업은 이미 존재하는 장벽을 대체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텍사스주의 리오그란데 밸리 지역에 23㎞의 장벽을 새로 짓는 첫 작업이 이번 달 내로 시작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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