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원수다”라는 말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술이지만 국가들이 함부로 ‘금주령’을 선포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술은 허용했을 때보다 금지했을 때 탈이 더 많이 나기 때문이다.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은 1977년 자국 내 무슬림들을 대상으로 한 금주법을 도입했다. 법 제정 42년이 지난 지금, 파키스탄은 불법 증류 된 ‘가짜 술’을 먹고 목숨을 잃는 사람들과 술 대신 마약을 찾는 사람들로 골머리를 썩히고 있다.
파키스탄의 금주법은 1977년 4월 계엄사령관 출신 줄피카르 알리 부토 총리에 의해 도입됐다. 낮은 지지율로 정권이 불안정했던 부토는 이슬람 정당들이 주도한 야당 연합의 금주법 도입 요구를 수용했다. 같은 해 7월 부토 정권을 축출하고 군부 독재정권을 수립한 무함마드 지아울하크 대통령은 2년 후 금주법을 강화했다. 기존의 6개월 징역 및 벌금형에 더해 80대의 채찍질을 형벌에 추가했다. 그러나 정부의 기대와는 다르게 ‘강화 금주법’이 도입된 1979년 이후 80년대에 파키스탄 내 알코올중독자 수는 2배가량 중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파키스탄에서 합법적으로 술을 구할 수 있는 곳은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 비-무슬림 자국민과 외국인에게 주류를 판매하는 상점과 호텔뿐이다. 일반 시민들은 허가 받지 않은 가정집이나 불법 증류소에서 제조한 술을 암시장에서 거래한다.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만큼 가격은 비싸졌다. 이에 제조단가를 낮추기 위해 인체에 치명적인 메탄올을 추가하거나, 양조 및 증류 과정에서 충분히 불순물을 거르지 않아 실명과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짜 술’이 시중에 유통된다.
주류의 가격이 오르자 시민들은 마약으로 눈을 돌리기도 했다. 1979년에 파키스탄 내 보고된 ‘헤로인’ 투약자는 단 2명이었다. 2018년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발간한 ‘2018 세계마약보고서’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헤로인 유통이 적발된 국가다. 2016년 한 해에만 23,172㎏의 헤로인이 적발됐다. 2위인 이란에서 21,098㎏, 3위인 중국에서는 8,777㎏이 적발됐다. 물론 실제 소비되는 헤로인은 그 이상이다. 현재 파키스탄에서는 연간 44톤의 헤로인이 소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의 2~3배에 달하는 인구당 헤로인 소비량이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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