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과징금 부과 일부 잘못”… 공정위 “대부분 위법 인정”
공정거래위원회가 세계적인 휴대폰 부품업체 퀄컴에 부과한 2,700억원대 과징금 중 일부가 잘못됐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공정위는 “과징금 대부분은 위법이 인정됐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퀄컴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던 원심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퀄컴은 지난 2000~2009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모뎀칩과 RF칩(주파수 대역을 골라내는 반도체) 일정량 이상을 퀄컴 제품으로 구매하는 조건으로 이 회사들에 분기당 수백만 달러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또 일정 기간 동안에는 LG전자에만 RF칩 관련 리베이트를 줬다. 이에 공정위는 “자사 제품 구매 조건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해 경쟁사업자의 시장진입을 봉쇄했다”며 2009년 7월 퀄컴에 2,73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로선 역대 최대 규모였다.
1심인 서울고법은 공정위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퀄컴의 행위가 ‘거래 상대방이 경쟁사업자와 거래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특히 LG전자에만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에 대해서는 “최소 40% 이상의 시장봉쇄 효과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법원은 퀄컴의 불공정행위는 인정하면서도, LG전자에만 제공한 리베이트는 1심과 다르게 ‘시장봉쇄 효과가 없었다’고 봤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과징금 납부명령은 전부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당시 LG전자의 휴대폰 판매시장 점유율은 20%대에 불과했고, 해당 기간 퀄컴의 RF칩 시장점유율은 계속 줄어 시장 전체 경쟁을 해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법원이 퀄컴의 손을 들어준 것은 극히 일부”라며 “법원이 조건부 리베이트 행위 대부분에 대해 법 위반을 인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현재 1심이 진행중인 퀄컴의 1조원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관련 과징금 취소 소송에도 이번 판결이 영향을 미칠 걸로 전망하고 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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