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선관위 “연기 안 한다”… 홍준표 “후보등록 포기” 오세훈 등 5명도 불출마 가능성
차기 대선주자들의 경쟁으로 흥행이 기대됐던 자유한국당 2ㆍ27전당대회가 일정변경 문제로 벼랑 끝 대치가 이어지면서 ‘진박(眞朴) 감별대회’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북미정상회담과 겹친다며 ‘2주 연기’ 조건부 보이콧에 나선 당권주자 6인의 요구를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재차 불수용해 ‘박심(朴心) 논란’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태극기 부대의 지원을 받는 김진태 의원간 경쟁으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나머지 주자들의 보이콧도 당락을 놓고 현실적 계산에 따른 출구전략으로 읽히면서 최대 피해자는 전대 컨벤션효과를 발판으로 내년 총선까지 도약하려던 한국당 전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 선관위는 11일 회의를 열고 일정 연기에 대한 논의 없이 전당대회 운영에 관한 세부사항만 다뤘다. 박관용 선관위원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전대 일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느냐’는 질문에 “결정을 두 번 하는 경우가 있는가. 보이콧을 하는 것은 그 사람들의 사정으로 우리와 관계 없다”고 불수용 입장을 재차 못박았다.
선두를 달리는 황 전 총리를 제외한 당권주자들이 ‘전대 연기’를 요구하자 당 선관위는 지난 8일 전체회의를 열었으나, ‘일정 변경은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10일 홍준표ㆍ오세훈ㆍ주호영ㆍ정우택ㆍ심재철ㆍ안상수 등 6인이 “일정을 2주 연기 안 하면 전대를 보이콧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히자 당 선관위가 기존 결정을 뒤집을 지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선관위가 이날 일정 연기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하자 홍준표 전 대표는 곧바로 후보등록 포기를 선언했다. 그는 불출마 입장문을 통해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유감”이라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더 낮은 자세로 국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과 함께 내 나라 살리는 길을 묵묵히 가겠다”고 밝혔다.
홍 전 대표에 이어 나머지 주자들도 자연스럽게 불출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황 전 총리의 우세로 패배 가능성이 농후한데 굳이 기탁금 1억원을 써가며 전당대회에 나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불출마 명분을 찾던 와중에 전대 일정과 겹친 북미 정상회담이 이들에게 출구가 됐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후보 등록 마감 시한인 12일 오후 5시까지 이들이 보이콧을 유지하면, 당권 경쟁은 황 전 총리와 김 의원간 승부로 축소된다. 공교롭게도 두 후보 모두 ‘진박 논쟁’에서 자유롭지 않다.
황 전 총리는 최근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공개된 박 전 대통령의 옥중메시지에서 ‘박 전 대통령이 황 전 총리의 접견을 거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배박(背朴ㆍ배신친박) 논란이 일자 “박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해 국정농단 특검 수사 연장을 거부했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박 전 대통령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이른바 ‘태극기 부대’의 지지를 받고 있다.
때문에 쪼그라든 전대의 최대 피해자는 한국당 모두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대 흥행을 계기로 외연을 확장하고 내년 총선 승리로 재기하려는 전략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황 전 총리는 ‘특검 연장 거부’발언으로 여당으로부터 “국정농단의 공범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고 김 의원은 국민적 공분을 산 5ㆍ18 폄훼 논란 공청회를 주최했다. 더구나 주자 6인의 불출마로 기탁금이 6억원 줄면서 전대 장소 대관과 여론조사 비용의 상당 부분을 당 예산으로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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