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자와 한지민의 듀얼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던 ‘눈이 부시게’가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로 세월을 이야기한다.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는 JTBC 새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배우 김혜자, 한지민, 남주혁, 손호준, 김가은을 비롯해 김석윤 감독이 참석했다.
이날 오후 9시 30분 첫 방송되는 ‘눈이 부시게’는 주어진 시간을 다 써보지도 못하고 잃어버린 여자와 누구보다 찬란한 순간을 스스로 내던지고 무기력한 삶을 사는 남자, 같은 시간 속에 있지만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두 남녀의 시간 이탈 로맨스다.
이날 김석윤 감독은 “‘눈이 부시게’는 산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집중하고 싶었던 것은 세월이라는 키워드와 맞을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를 생각해보고 싶었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이어 “판타지인 것도 맞지만 젊은 사람과 나이든 사람을 한 번에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런 설정이 필요했다고 본다. 우리 모두가 나이가 들어가는 숙명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를 그리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젊은 사람들이 많이 봐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또 김 감독은 “‘눈이 부시게’는 희로애락이 다 있는 종합선물세트다. 대신 희로애락의 깊이가 모두 다 깊다. 그래서 코미디도 극단적인 코미디가 나올 예정이고, 슬픔이나 애틋함 역시 깊이 있는 연기를 보실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감정들이 잘 배합돼야 하는 것이 포인트일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혜자는 극 중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가졌지만 결국 뒤엉킨 시간에 갇혀버린 여자 김혜자 역을 맡았다.
지난 2016년 ‘디어 마이 프렌즈’ 이후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김혜자는 “3년 만에 돌아온 건 그간 할 만한 역이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너스레를 떤 뒤 “이 드라마는 제가 생전 처음 경험해 보는 드라마다. 어떤 드라마와도 비슷하지 않다. 그래서 굉장히 설렌다. 상투적이지만 너무 설렜다. 너무 새로운 거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설렜다”고 복귀 소감을 전했다.
이어 김혜자는 “70대가 25살과 몸이 바뀐 것이 실제로도 없을 일이지 않나. 아마 감독님의 도움이 없었으면 못 했을 거다. 이 역할을 신선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제가 그동안 드라마를 많이 했지만 이런 드라마는 처음”이라며 “여러분도 보시면서 자기의 일생을 견주어 보실 것 같다. 저 역시 극 중 김혜자의 일생을 산 것 같다. 그래서 끝나고도 끝난 것 같지 않았다. 다만 대단히 새로운데 새로운 것에만 그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있었다. 어떨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이번 작품에서 듀얼캐스팅을 통해 자신과 같은 역할을 연기하게 된 한지민에 대해서는 “처음 한지민 씨와 듀얼 캐스팅이라고 하셔서 좋았다”면서도 “저렇게 사랑스럽고 예쁜 배우가 내 젊은 시절을 연기해서 감사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저 사람이 어떻게 연기를 할까.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진 않았다. 각자의 현실에 충실해서 연기를 했다. 같은 여자라고 봐 주시길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김혜자는 극 중 실제 자신의 이름과 동명의 캐릭터인 ‘혜자’ 역을 맡는다. 이에 대해 김석윤 감독은 “우리가 알고 있는 김혜자라는 배우를 대표로 내세워서 시청자들이 느끼는 감흥이 조금 더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번에는 혜자 선생님 역시 25세에서 나이가 든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시청자 분들에게 더 큰 감흥을 드리고자 한 선택이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지민은 김혜자와 2인 1역을 맡아 시간에 갇히기 전 김혜자 역을 소화할 예정이다.
한지민은 이번 작품에서 풋풋한 ‘썸’ 호흡을 맞추게 될 남주혁과의 호흡에 대해 “현장에서는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연기하려고 노력한다. 아무래도 주혁 씨가 저보다 어리기 때문에 어려워 할까봐 많이 노력한 부분이 있고, 현장에서는 선후배보다는 상대역으로 대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촬영했다”고 말했다.
이날 한지민은 자신과 듀얼 캐스팅인 김혜자에 대한 무산한 존경과 애정을 표했다. 한지민은 “작품을 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가 선생님 때문이었다. 대본 역시 큰 매력으로 다가왔었지만 이게 굉장히 짧게 나오는 역할이었을지라도 선생님의 젊은 시절을 연기할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영광스럽게 다가왔다”며 “게다가 선생님의 존함을 역할로 쓰면서까지 출연할 수 있어서 꿈같은 시간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늘 브라운관에서 봬 왔던 ‘국민 엄마’이신 꿈같은 여배우이신데 이렇게 직접 만나 뵐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2인 1역을 위해 주안점을 둔 부분으로는 “리딩 할 때 선생님께서 버릇처럼 하시는 습관들, 제스처들이 뭐가 있을까 지켜본 뒤 따라하려고 노력도 했었다”며 “선생님께서는 작품 할 때만큼은 삶 자체가 그 역할이시더라. 후배로서 부끄러운 점도 많았고, 선배님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서 배울 게 많았던 현장이었다”고 말했다.
남주혁은 훤칠한 비주얼에 탈인간급 스펙까지 예비 언론인으로 모든 걸 갖춘 완벽남이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찬란한 시간을 내던지고 무기력한 삶을 사는 남자 이준하 역을 맡는다.
2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남주혁은 “2년 만에 드라마를 한 줄 몰랐다. 늘 떨리고 늘 설렌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선배님들께서 너무 잘 해 주셔서 행복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손호준은 무능력, 무개념, 무대포를 통달한 모태 백수이자 집안 대표 사고뭉치 장남 김영수 역을, 김가은은 혜자의 모태 절친으로 중학생 때 혜자의 오빠 영수를 열렬히 짝사랑 했던 중국집 배달부 이현주 역을 맡아 본 적 없는 러브라인을 예고했다.
손호준은 “지금까지 보신 적 없는 러브라인일 것 같다. 러브라인이라고 해야 할 지 앙숙일지 모르겠다. 그 부분에 중점을 두고 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두 사람의 색다른 케미를 예고했다.
이날 제작발표회 말미 김석윤 감독은 “우리 옆집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편하게 봐주시면서 봐 주시면 우리 작품의 메시지를 반추하실 수 있지 않으실까 싶다”고 ‘눈이 부시게’의 관전 포인트를 덧붙이며 첫 방송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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