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연, 15~49세 여성 조사
20~40대 기혼여성 10명 중 7명은 첫 자녀 임신 이후 회사를 그만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기업 취업자의 경력단절 비율은 정부·공공기관 취업자의 3배에 달하는 등 기업규모 별 양극화가 극심했다. 출산 후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직장인이 예전에 비해 크게 늘었지만, 아직도 고용주가 꺼려할 경우 회사를 계속 다니기가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은 ‘일·가정양립 실태와 정책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5~49세 기혼 여성 가운데 첫 임신 이후 경력단절을 경험한 비율은 65.8%로 나타났다. 나중에 다른 회사에서 일을 시작한 경우가 15.5%, 일하기를 그만둔 경우가 50.3%였다. 특히 첫 임신 후 원 직장에 복귀했거나 경력단절 후 재취업으로 일을 하던 도중 둘째를 임신한 경우, 46.1%가 경력단절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 출산 후 직장에 복귀했더라도 둘째까지 임신하면 육아 등 문제로 결국 경력단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첫 임신 당시 취업자의 경력단절 경험 비율은 고용형태별로 차이가 컸다. 조사에 참여한 5,905명 가운데 중소기업 취업자의 경험비율(78.2%)이 가장 높았고, 개인사업체(71.5%) 대기업(54.8%) 정부·공공기관(26.9%)으로 갈수록 낮아졌다.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은 10명 중 7명 이상이 첫 임신과 출산 후에도 원 직장에 복귀해 경력을 이어가는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10명 중 8명 가까이 관두는 셈이다. 이지혜 보사연 전문연구원은 “중소기업은 일자리의 질이 낮으니 취업자가 일하면서 육아를 병행하기를 꺼리는데, 그렇다고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쓰기도 어려우니 결국 일을 그만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첫 임신 이후 출산휴가를 사용한 여성의 비율은 정부·공공기관(78.7%) 대기업(72.8%) 중소기업(41%) 개인사업체(13.2%) 순서로 높았다. 육아휴직 역시 공공부문(61.4%) 대기업(61.3%) 중소기업(27.2%) 개인사업체(4.6%) 순서였다.
다만 출산휴가·육아휴직 사용률은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육아휴직 사용률은 첫 임신이 2000년 이전이었던 경우 5.3%에 그쳤지만, 2011년 이후였던 경우에선 36.7%로 늘었다. 이 전문연구원은 “작은 회사에서도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민간부문에 관련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민호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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