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신체를 적나라하게 묘사했다는 이유로 성인용품 수입을 막을 순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 김우진)는 11일 수입업체 A사가 인천세관장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 보류처분 취소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A사는 2017년 성인 여성 신체 모양을 본 딴 길이 159㎝, 무게 35㎏짜리 성인용품을 일본에서 수입하려 했다. 인천세관은 이를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 판정, 수입통관을 보류했다. 관세청은 성인용품의 경우 일단 통관부터 막았으나 지나친 통제란 비판이 일자 2014년부터는 ‘풍속을 현저히 해치는 경우’에만 통관을 보류하고 있다.
이에 반발한 A사는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졌다. 1심은 “해당 물품이 실제 사람 형상과 흡사하고, 특히 여성의 가슴, 성기 등 특정 부위가 실제 여성과 비슷하게 형상화돼 있다”며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ㆍ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성기구는 사용자의 성적 욕구 충족에 은밀하게 이용되는 도구에 불과”하다면서 “이는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이기 때문에 국가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봤다. 이어 “성기구는 필연적으로 사람의 형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한 뒤 “표현의 구체성과 적나라함만으로 성적 수치심을 해하고 성적 도의관념에 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이 같은 물품이 “의학ㆍ교육ㆍ치료용이라면 음란하다고 여기지 않을 것”이라며 “‘단지 성기구라는 이유만으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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