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매운 맛이에요.”
어떤 상황에서도 잃지 않는 우아함의 소유자지만 가족을 위해서라면 때로는 강단 있는 결정까지 내릴 줄 아는 ‘SKY 캐슬’ 속 노승혜. 매력적인 이 캐릭터는 배우 윤세아를 만나 ‘빛승혜’로 완성됐다. 윤세아는 이번 작품을 통해 사랑스러운 애칭도, 시청자들의 입에 오랜 시간 회자된 명대사도 얻는 데 성공했다. 노승혜와 윤세아의 완벽한 만남이다.
“제 인생에서 ‘빛승혜’라는 별명이 웬일이에요. 너무 예쁘지 않나요.(웃음) 주변 분들이 아직도 저를 보시면 ‘윤세아다’라고 하지 않으시고 ‘노승혜다, 빛승혜’ 이렇게 말씀 해 주세요. 그런 반응이 너무 재미있고, 아직도 캐슬 안에 살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솔직히 요즘 너무 행복해서 오래 오래 그 안에 살고 싶은 마음이에요.”
시청률 1% 대로 시작했던 JTBC ‘SKY 캐슬’은 최종회 시청률 23.8%를 기록하며 역대 비지상파 드라마 시청률 1위에 등극하는 데 성공했다. 그야말로 신드롬급 인기였다.
“처음에 1.7%로 시작해서 정말 쭉쭉 시청률이 올랐었어요. 잘 될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렇게 가파르게 시청률이 오를 줄은 몰랐었죠. 대본이 너무 재미있었고, 다들 연기도 너무 잘 해주셨고, 노래까지 너무 좋았었죠. 첫 방송이 끝나고 주변에서 정말 많은 전화를 받았었어요. 특히 여배우 분들이 연락을 많이 주셔서 의미가 남달랐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 속에서 차 교수 역할의 김병철과 부부 호흡을 맞춰 ‘파국이네’로 사랑을 받았던 윤세아. 극 중 자녀로 나왔던 박유나, 김동희, 조병규까지 실제 가족을 방불케 하는 완벽한 합이 있었던 덕분이었다. 윤세아는 가족으로 호흡을 맞췄던 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듬뿍 드러냈다.
“너무 재미있었어요. 자꾸 시청자 분들이 파국이(김병철)을 응원하시니까 ‘나는 어떻게 해야하지?’ 싶기도 했었죠. 그만큼 너무 사랑해 주셨던 것 같고, 어찌 보면 이 사랑은 다 병철 오빠 덕분인 것 같아요. 아이들 역시 연기를 너무 열심히, 해맑게 잘 해서 오히려 제가 보면서 ‘연기는 저렇게 해야 하는구나’ 하고 많이 배웠어요. 계산되지 않은 날 것의 느낌들이요. 또 애들이 현장에서도 ‘엄마, 엄마’ 하면서 따라 다니고 많이 챙겨줘서 너무 예뻤어요. 실제로도 그런 아들, 딸이 있으면 참 좋겠다 싶더라고요.(웃음)”
극 초반 부드러운 우아함으로 일관해왔던 노승혜는 극 후반, 오랜 시간 쌓아왔던 자신의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처음부터 감정을 드러내는 연기에 비해 많은 고민이 필요했을 노승혜에 대해 윤세아는 “식은땀이 흐를 정도였다”며 미소를 지었다.
“승헤는 분노가 터지기 직전까지 차오른 상태라는 걸 알고 시작했었어요. 대본에 답이 있었기 때문에 대본에 충실하려 했었고, 제가 지나치게 의도하지 않아도 감독님께서 잘 맞춰서 찍어주신 것 같아요. 다만 완급 조절을 위해 스스로 브레이크를 걸면서 연기를 했었죠. 친구들이 농담으로 ‘너는 가만히 앉아서 편하겠다’고 하기도 했지만, 사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백조처럼 발버둥을 치고 있었죠.”
수많은 발버둥 속 무사히 완성한 ‘SKY 캐슬’은 아직 미혼인 윤세아에게도 적지 않은 울림을 전했다.
“이 드라마를 찍으면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라든지, 스스로에게도 환기가 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나중에 제 아이들에게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많은 걸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요. 어둡지 않은 곳에서 밝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준 작품이었던 것 같아서 좋았죠.”
이제 ‘SKY 캐슬’을 떠나 보낼 윤세아는 또 다른 작품으로 시청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빛승혜’와 함께 반짝반짝 빛났던 윤세아가 보여줄 다음 모습은 어떤 색일지, 기대감이 모인다.
“저는 또 주어지는 작품을 재미있게 만들어 가면서 열심히 해야할 것 같아요.(웃음) 좋은 작품 만나서 너무 좋고, 열심히 저는 주어지는 작품 또 재미있게. 만들어가면서 해야할 것 같다. 아마 회사에서 부담스럽지 않을까 싶다. 좋은 작품을 만나서 너무 좋고, 지금 충분히 행복한 것 같아요.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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