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면직 전례 없어” 1심 번복
교육부 상고… 대법 최종결론 주목
대학 법인화에 반대하다 해고된 서울대 교수가 2심에서 승소했다. 서울대 법인화 정책에 따르지 않는 교수들을 상대로 이른바 ‘찍어내기’ 논란이 불거졌던 사안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1심 판결을 번복하면서다. 최종심 판결이 남긴 했지만 교육부의 일방적 정책이 또다시 비판의 도마에 오르게 됐다.
서울고법 행정11부(부장 배기열)는 서울대 부교수였던 A씨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직권면직을 취소해달라”는 취지로 낸 항소심에서 1심과 달리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1심에서는 서울대 법인화에 반대한 A씨를 교육부 소속으로 전환했다가 5년이 지난 뒤 직권면직한 교육부의 처분을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서울대 법인화 논란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육부는 당시 ‘자율성 확대’ ‘재정 확충’을 이유로 서울대를 국가로부터 독립된 법인 조직으로 전환했고 대부분 교수와 교직원은 법인 소속을 선택했다. 하지만 ‘교육 공공성 침해’ ‘총장 간선제 및 이사회 권한 강화로 인한 대학 민주주의 후퇴’를 이유로 법인화 반대에 앞장 선 교수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 가운데 5명은 해고 우려에도 불구하고, 법인 소속을 거부할 경우 5년간 교육부 공무원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규정에 따라 교육부 소속을 선택했다.
하지만 법인화 5년 뒤인 2016년 12월, 박근혜 정부 시절 교육부는 A씨를 비롯한 교수 5명을 업무실적ㆍ직무수행능력 평가나 구제 조치도 없이 일괄 직권면직했다. A씨는 교육부에 다른 국립대에라도 파견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대 측은 면직된 일부 정교수들에게 신규 임용을 제안했지만, 부교수인 A씨에게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이에 A씨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면직 취소를 청구했고, 소청이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1심은 교육부 손을 들어줬다. "5년이 지난 후에도 공무원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법 취지상 불합리하다" "서울대나 다른 국립대의 교수 임용권은 개별 총장의 몫이라 교육부가 면직회피 가능성을 검토할 의무가 없다”는 등이 이유였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서울대 다른 과, 다른 국립대, 교육부에 배치하는 등 면직회피 가능성을 검토할 의무를 게을리해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했다”며 면직 처분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A씨는 국내 전문가가 1,2명 밖에 없는 분야를 전공하고 단과대학 대외협력본부장을 역임하는 등 교육부, 다른 국립대, 연구소 등에서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충분하다”며 “서울대 직원이 직권면직된 사례가 전혀 없는데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했다”고 판단했다.
A씨와 함께 면직됐다가 신규 임용된 최갑수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당시 교육부와 서울대가 정년보장(테뉴어)을 받은 교수들까지 5년 뒤 자르겠다는 식으로 압박하며 무리하게 법인화를 밀어붙였다”면서 항소심 판결을 환영했다. 최 교수는 “현재 서울대 교수의 상당 규모가 법인화에 부정적"이라고 법인화 논란에 대한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2심 판결에 불복, 지난달 30일 상고장을 제출하면서 최종 결론은 대법원에서 가려지게 됐다. 2017년 “다른 학과 재배치 등 구제 노력이 없었다”며 학과폐지를 이유로 한 사립대의 교수 면직 처분을 취소하는 등 무분별한 교수 해고에 부정적 입장을 취해 온 대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