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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드러나는 2월말 ‘하노이 슈퍼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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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드러나는 2월말 ‘하노이 슈퍼위크’

입력
2019.02.0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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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입국, 베트남 국빈방문 행사, 트럼프 입국, 미ㆍ베 정상회동, 북미정상회담

지난 2017년 11월 11~12일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도 하노이에서 쩐 다이 꽝 주석과 사열하고 있다. 오른쪽 아래 작은 사진은 베트남 권력서열 1위의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과의 회담 모습. 지난해 9월 꽝 주석 별세 뒤 쫑 서기장이 국가주석직을 겸하고 있다. 베트남 외교부 제공
지난 2017년 11월 11~12일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도 하노이에서 쩐 다이 꽝 주석과 사열하고 있다. 오른쪽 아래 작은 사진은 베트남 권력서열 1위의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과의 회담 모습. 지난해 9월 꽝 주석 별세 뒤 쫑 서기장이 국가주석직을 겸하고 있다. 베트남 외교부 제공

오는 27~28일 열릴 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가 수도 하노이로 최종 결정된 데에는 미국이 북한 요구를 전격 수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상회담에 앞서 베트남 국빈 방문 가능성이 높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다낭으로 이동할 필요가 없이, 수도 하노이 한 곳에서 모든 행사를 마칠 수 있게 됐다. 반세기 만에 이뤄지는 북한 지도자의 베트남 방문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량’을 베푼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 CNN도 회담 개최도시가 하노이로 최종 결정된 것과 관련, “미국의 작은 양보”라고 평가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지가 하노이로 확정됨에 따라 주최국인 베트남 입장에서도 한결 수월해지게 됐다. 수도 하노이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 등 베트남 지도부가 하노이에서, 54년 4개월 만에 베트남을 찾은 북한 지도자를 맞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적거리는 수도 하노이는 김정은에게 베트남 지도자들과의 별도의 양자 회담을 열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분석했다.

국빈 방문 행사가 열린다면 수도 하노이에서 치러지게 된 만큼, 권력서열 1위의 쫑 서기장은 당 지도부를 총출동시키는 등 북한 지도자에 대한 최고 수준의 예우 표시를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다. 작년 11월말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예방을 받은 응우옌 쑤언 푹 총리가 “적들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북한은 베트남을 도왔다”고 밝히는 등 베트남은 기회 닿을 때마다 북한에 고마움을 표시하긴 했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흐름 속에서 베트남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오는 27일부터 1박2일로 열리는 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26일 입국 일정을 밝힌 만큼, 김 위원장의 베트남 입국은 24일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경우 김 위원장은 ‘뗏(설)’을 새해 첫날로 여기는 베트남의 첫 손님이 된다. 베트남은 첫 손님이 그 해의 운을 결정한다고 믿고 있으며 구정 이후 첫 손님 선정에 각별한 신경을 쓴다. 베트남은 김 위원장에게 ‘올해의 첫 손님’ 자리를 내주면서 최고 수준의 대우를 할 수 있고, 그를 통해 ‘관계 심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이후 월요일인 25일에는 의장대 사열과 호찌민 주석 묘소를 참배하고 이후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등 공식 행사를 갖는 일정이 유력해 보인다. 앞서 초대 주한 대사를 지낸 응우옌 푸 빈 베트남 종신대사도 김 위원장이 국빈 방문을 한 뒤 정상회담을 하는 시나리오를 언급한 바 있다.

또 현지 외교가에서는 김 위원장의 베트남 방문을 혈맹인 북한에 대한 보은 계기로 삼는 것은 물론, 한국에 집중된 경제협력의 기반을 북으로 확대, 남-북-베 삼각협력 체계구축의 시발점으로 삼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리 외무상의 베트남 방문 당시 팜 빈 민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장관은 “베트남은 북한의 필요에 부합하는 사회, 경제 발전과 국가 건설 경험을 공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베트남이 이번 이벤트를 계기로 북한의 경제 개방 지원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어 26일에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으로 입국하면 응우옌 푸 쫑 당서기장 겸 국가주석과 면담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정상회담 때 ‘본행사’ 전에 리셴룽 총리와 면담했다. 2017년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하노이로 넘어가 이미 국빈 방문 행사를 치른 만큼 약식 면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꽝 주석 사망 이후 쫑 서기장이 주석직을 겸직하고 있는 만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후 27일부터 이틀 동안은 8개월 만에 다시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각본 없는 담판에 나선다. 미국 국익연구소(CNI)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방연구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앞에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낡은 ‘각본’(old playbook)을 태우길 바란다”며 “두 정상이 단순명료한 평화선언과 함께 종전선언을 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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