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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컴퓨터로도 뚫을 수 없다’는 양자암호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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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컴퓨터로도 뚫을 수 없다’는 양자암호가 뭐길래?

입력
2019.02.09 14:00
수정
2019.02.0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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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암호키를 생성해 수신자와 송신자에게 보내는 양자암호통신의 핵심 기술 '양자암호키 분배(QKD)'. SK텔레콤 제공
동일한 암호키를 생성해 수신자와 송신자에게 보내는 양자암호통신의 핵심 기술 '양자암호키 분배(QKD)'. SK텔레콤 제공

지난 7일, SK텔레콤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전기통신연합 전기통신표준화(ITU-T) 회의에서 자사의 양자암호통신 관련 신기술 2건이 국제표준화 과제로 채택됐다고 밝혔다. 국제표준화 과제는 글로벌 표준으로 지정되기 직전 단계로, 이변이 없는 한 SK텔레콤의 기술이 세계 양자암호통신의 표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측은 “이번 성과는 수년 전부터 양자암호통신 기술 고도화를 위해 오랫동안 노력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해커의 종말’ ‘꿈의 보안’ ‘슈퍼 컴퓨터도 뚫을 수 없는 암호체계’…. 양자암호통신을 설명할 때 주로 언급되는 수식어다. 완벽에 가까운 보안성을 자랑하는 만큼, 데이터 통신이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5G 시대가 다가올수록 양자암호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리서치미디어에 따르면 2025년에는 양자암호통신 시장이 26조9,0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나라에서는 5G 기술을 이끌어나갈 통신사들을 필두로 양자암호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슈퍼컴퓨터도 건들지 못하는 ‘양자암호’

양자암호통신 과정에서는 제3자가 해킹을 시도하면 바로 발각되며, 해킹한 정보도 온전한 정보를 담고있지 않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양자암호통신 과정에서는 제3자가 해킹을 시도하면 바로 발각되며, 해킹한 정보도 온전한 정보를 담고있지 않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양자암호통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양자(quantum)’의 개념부터 이해해야 한다. 양자란 에너지를 가진 최소 단위 알갱이로, ‘전자(electron)’나 ‘광자(photon)’ 등이 대표적이다.

양자의 가장 큰 특징은 ‘플러스(+)와 마이너스(-)’ ‘0과 1’ ‘아래와 위’ 등 두 가지 성질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양자는 성질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로, 측정할 때마다 성질이 변한다. 이 때문에 양자 두 개가 함께 있으면 이들 사이에는 하나가 측정되면 나머지 하나도 자동으로 정해지는 ‘얽힘’ 관계가 맺어진다. 예를 들어 양자 두 개를 멀리 떨어뜨려 놓은 상태에서 가까이 있는 양자를 측정해 +값이 나온다면, 멀리 있는 양자는 그 순간 –로 값이 정해진다. 두 번째 측정에서 가까이 있는 양자의 값이 –라면 그 순간 멀리 있는 양자는 +가 된다.

양자암호통신은 이 양자 얽힘 원리에 기반하고 있다. 양자암호통신에서는 정보를 열어볼 수 있는 암호키를 만든 뒤 이를 빛 알갱이, 즉 광자에 실어 상대방에게 보낸다. 나와 상대는 같은 암호키를 가지고 있지만, 내가 암호키를 열기 전까지는 상대의 암호키가 아무런 정보를 가지지 못한다. 또한 암호키를 열 때마다 어떤 값이 나올지 추측할 수도 없다. 중간에서 제3자가 암호키를 가로채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때문에 양자암호통신에 대해서는 ‘원천적으로 해킹이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운 좋게 암호 해독에 성공하더라도 양자역학 특성상 암호키가 매번 달라지기 때문에 다시 볼 때쯤엔 이미 접근이 불가하다. 또한 양자암호통신은 마치 ‘비눗방울’과 같아서, 중간에서 탈취하려는 시도가 발생하면 그 즉시 사라져 발각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도 절대 뚫을 수 없는 암호체계인 셈이다.

◇기존 암호 무용지물 만드는 ‘양자컴퓨터’… 양자암호가 유일한 보안책

IBM이 개발하고 있는 양자컴퓨터. IBM 리서치 블로그 캡처
IBM이 개발하고 있는 양자컴퓨터. IBM 리서치 블로그 캡처

세계 유수 기업들이 양자암호통신 기술 개발을 서두르는 이유는 양자컴퓨터 개발보다 앞서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꿈의 컴퓨터’라고 불리는 양자컴퓨터는 0과 1을 동시에 갖는 양자의 특성을 활용해 2진법을 기반으로 한 기존 컴퓨터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양의 정보를 처리해낼 수 있는 컴퓨터다. 현재 컴퓨터가 10억년 걸려 풀 문제를 양자컴퓨터는 100초 만에 해결할 수 있을 정도다. 현재 IBM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이 연구개발 중이다.

문제는 워낙 연산 속도가 빠르다 보니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면 현존하는 모든 암호체계가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이다. 현재 기술로 만들어낼 수 있는 암호는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일정한 패턴이 존재한다. 때문에 양자컴퓨터만 있다면 불특정다수의 자율주행차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게 되고, 스마트시티와 스마트팩토리의 신호 체계를 망가뜨릴 수 있으며, 집안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마음대로 조작해 사람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안전을 위해 제대로 된 양자컴퓨터가 개발되기 전에 양자컴퓨터로도 뚫을 수 없는 유일한 보안 체계, 양자암호통신 기술이 보편화돼야 하는 것이다.

양자컴퓨팅 분야에서는 미국이 앞서나가고 있지만, 양자암호통신에서는 중국이 세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2016년 세계 최초 양자통신위성을 쏘아 올린 데 이어 이듬해 6월에는 세계 최장거리 무선 양자암호통신에 성공했다. 통신 거리는 1,000㎞에 달한다. 빛과 공기의 흐름 등 사소한 자극에도 쉽게 오류가 생기는 양자의 불안정한 특성을 고려했을 때 어마어마한 거리다. 보통 오류율이 11% 이하면 양자암호통신이 가능하다고 본다.

국내 양자암호통신 기술은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2017년 12월 50m에 이어 지난해 4월 100m 거리 무선 양자암호통신에 성공한 정도다. 통신사 중에서는 SK텔레콤이 지난해 2월 양자암호통신 세계 1위 기업 스위스 IDQ를 인수하고 글로벌 표준을 주도하는 등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요성에 비해 정부 지원은 열악한 상황. 올해 양자컴퓨팅과 양자센서가 아닌 양자암호통신 연구개발(R&D)에 정부가 배정한 예산은 0원이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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