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유령이 방송가를 떠돌고 있다. ‘무브병’이라는 유령이.
아이돌 샤이니 멤버 태민의 솔로 정규 2집 타이틀 ‘무브’는 2017년 발표돼 지금까지 회자된다. 뮤직비디오 발표 직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커버 영상이 급속도로 퍼졌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젠더리스(성 구별이 없는)’ 노래와 춤이 중독적이라는 이유로 곡 제목 뒤에 병(病)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무브병’ 감염은 연예인도 피할 수 없었다. 아이돌 청하부터 배우 김성령까지 이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6일 MBC에브리원 예능프로그램 ‘주간 아이돌’에 나온 일흔 살의 방송인 허참도 온몸을 흐느적거리며 태민의 춤을 췄다.
태민은 ‘무브’의 이런 길고 넓은 인기를 예상하지 못했다.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SM커뮤니케이션센터에서 만난 태민은 “노래가 어두워 대중적이지 않을뿐더러, 춤도 따라 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며 “예상보다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 기분이 좋고, 욕심이 더 생긴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발표될 두 번째 싱글 ‘원트’의 동명 타이틀도 ‘무브’의 연장선에 있는 곡이다. “다양한 음악을 시도하고 찾아 봤지만, 결국 가장 잘 할 수 있는 곡을 택했다”는 그의 말처럼, 관능적인 멜로디가 귀에 먼저 들어온다.
태민 스스로도 본인을 “중성적인 가수”라 일컫는다. 복근을 과감하게 노출하며 남성성을 표출하는 다른 남성 아이돌과 달리, 부드러운 춤선으로 듣는 이를 유혹한다. 아이돌 시장에서는 흔치 않은 독특한 섹시함이 태민의 성공 비결이다. 그는 섹시함을 “내면에 들어있는 모습을 감춰 궁금증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자 상상과 다른 모습을 보고 느끼는 매력”이라고 정의했다.
데뷔 12년 차인 태민의 음악 욕심은 여전하다. 새 장르에 도전하겠다는 의욕도 뜨겁다. ‘댄서’로서의 능력이 다한 이후 어떤 가수가 돼야 할지도 깊이 고민 중이다. 태민은 “어떻게 하면 보컬에 저만의 캐릭터를 가미할 수 있을지를 고심하고 있다”며 “기억에 남는 유일무이한 남성 솔로 가수로 자리매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끝내 ‘가수’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연기자 변신이나 예능프로그램 출연에 대해 태민은 “특별한 생각이 없다”고 했다.
‘섹시 아이돌’이라는 탈을 벗은 인간 태민은 조용한 사람이다. 집에서 혼자 영화나 외국 드라마를 보는 것이 그의 취미다. 최근 가족과 떨어져 독립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가족이 의지도 되지만 늘 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마음이 무거웠던 것도 사실”이라며 “독립으로 그런 부담을 조금 덜어내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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