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세가 과도하다는 지적에 일부 공감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증권거래세 인하’ 검토 방침을 밝히면서, 여의도 증권가에선 거래세 조정으로 주식 거래대금이 늘어날 거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가 내심 점치는 자본시장 활성화의 효과는 얼마나 될까.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거래세는 주식 투자에 따른 이익 여부와 관계없이 주식을 팔 때 내는 세금이다. 지난해 주식 투자자가 부담한 증권거래세만 8조원이 넘는다. 업계에선 이처럼 막대한 세금 부담으로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시장을 떠난다는 불만을 그간 꾸준히 제기해왔다.
여기에 최근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당 지도부가 “자본시장 세제 개편을 공론화할 시점”이라고 거래세 이슈를 도마에 올렸다. 또 홍 부총리까지 “거래세 인하가 증권시장, 과세형평, 재정여건 등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적극 검토해서 입장을 내놓겠다”고 맞장구를 치자 업계에선 “올해가 거래세 폐지의 적기”라며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벌써부터 거래세가 폐지된다는 가정 아래, 얼마나 자본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지 점치는 보고서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증권거래세 폐지에 따른 하루 평균 거래대금 증가 효과는 최소 3%’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최근 내놨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9조원인 점을 고려하면, 약 3,000억원치 거래가 늘어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거래 증가같은 간접 효과까지 고려하면 실제 거래대금 증가 규모는 더욱 클 것이라고 전망한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 차익거래 관련 거래대금이 증가할 수 있다”며 “전반적인 거래 회전율 상승까지 고려하면 실제 거래대금 증가 효과는 최대 1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전망의 근거로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4월 1일부터 차익거래 시 증권거래세를 면제받고 있는 우정사업본부(우본)의 사례를 들었다. 실제 우본의 차익거래가 재개되면서 하루 평균 약정대금은 6,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우본이 전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5%에서 5%까지 확대됐다. 차익거래는 주가지수선물시장에서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선물과 현물 가격의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내는 기법이다. 우본은 면세 혜택이 시작되는 당시부터 차익거래에 5,000억원을 집행하는 ‘결단력’을 보이기도 했다.
업계에선 반대로 증권거래세가 부과됐을 때 얼마나 거래에 악영향을 주는지도 우본의 사례로 증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본은 2010~2012년 거래세를 면제받다 2013년부터 다시 차익거래를 할 때 마다 세금을 냈다.
그러자 2012년만 해도 차익거래 시장의 56.8%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컸던 우본은 2013년부터 비중이 급속히 줄어 거래세가 다시 폐지되기 직전엔 0.3%까지 뚝 떨어졌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거래세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우본의 경우로 이미 입증됐다고 봐야 한다”며 “특히 거래세가 다시 부활됐을 때 우본이 아예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것을 보면 현재 숨어 있는 투자자들이 얼마나 많다는 소리냐”라고 강조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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