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부총리, ‘노란조끼’ 만나 유럽의회 선거 공조 논의
佛 외무 “수개월간 반복적 비난과 공격… 의도 의문”

“1940년 무솔리니가 제2차 세계대전 참전을 선언한 때를 제외하고는 유례 없는 상황이다”
최근 프랑스와 이탈리아 사이에 고조되는 갈등을 두고 한 국제관계전문가는 이렇게 평했다. 지난주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부총리가 프랑스 반(反) 정부 시위대인 ‘노란조끼’를 만나 유럽의회 선거 공조를 논의한 사실이 알려진 뒤, 프랑스 정부는 “이웃 국가이자 유럽연합(EU) 국가들 사이에서 용인될 수 없는 도발”이라며 적극 항의하고 있다.
일단 프랑스 외무부는 이탈리아 정부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주(駐) 이탈리아 대사를 국내로 불러들이는 등 조치를 취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장 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부 장관은 이 성명에서 “수개월 동안 프랑스는 반복적인 비난과 근거 없는 공격의 대상이 됐다”면서 “이탈리아 정부의 의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양국 관계에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사 소환이라는 초강수도 노란조끼 시위 지도부와 이탈리아 부총리 회동에 대한 항의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극우포퓰리즘 정부의 중심에 있는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부총리는 이전부터 “프랑스가 끔찍한 대통령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길 바란다”며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자극해왔다. 그러다 지난 5일 트위터를 통해 “노란조끼 시위대를 이끄는 크리스토프 샤랑송과 만나 5월 유럽의회 선거 공조를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탈리아 정부가 선거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게 원인의 전부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로마 국제문제연구소 나탈리 토시 소장은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정책적 이견, 특히 불법이민과 난민 문제에 대해서는 이전 정부에서부터 갈등해왔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에 극우 포퓰리즘 정부가 들어서면서 관계가 악화된 것은 맞지만, 이미 양국 사이에 본질적인 갈등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NYT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갈등이 EU 중심부의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단순히 양국 관계의 파탄만 보여준 것이 아니”라면서 “국가 간 연합을 폄하하는 포퓰리스트들에 의해 EU가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이런 충돌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슬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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