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증가규모 사상최대… “불황에 오히려 긴축한 셈” 비판
지난해 세금이 정부의 당초 예상보다 25조원 이상 더 걷힌 것으로 집계됐다. 벌써 3년째 지속되는 세수 초과 현상이다. 불경기로 국가 재정의 역할이 더욱 커져가는 시점에, 결과적으로 쓸 수 있던 돈 수십 조원을 곳간에 더 쌓은 셈이어서 사실상 긴축 정책을 폈다는 비판이 나온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 수입은 총 293조6,000억원으로, 전년(265조4,000억원)보다 28조2,000억원(10.6%)이나 늘었다. 연간 세수 증가 규모로는 사상 최대치다.
더구나 작년 국세 수입은 2018년 본예산을 수립할 당시 예상치(268조1,000억원)를 25조4,000억원이나 초과했다. 지난 2016년(+19조7,000억원) 2017년(+23조1,000억원)에 이어 3년 연속 10조~20조원대 세금이 예상보다 더 걷힌 것이다. 정부가 반복적으로 보수적인 세입추계를 하면서, 재정이 경기침체 국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타난 셈이다.
기재부는 지난해 세수호조 배경에 대해 “반도체 호황과 부동산ㆍ주식 등 자산시장 호조로 세금이 늘었다”고 밝혔다.
먼저 법인세는 2017년 반도체 호황 등 수출 호조로 기업 실적이 늘어나며 정부 예상(본예산)보다 7조9,000억원 더 걷혔다. 양도소득세는 지난해 4월 양도세 중과조치(기본세율 6~42%에 다주택자는 10~20%포인트 추가)가 시행되기 이전에 주택ㆍ토지 거래가 늘어나며 7조7,000억원 더 징수됐다. 근로소득세는 근로자들의 임금상승, 상용근로자 증가,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40→42%) 등의 영향으로 2조3,000억원이 더 걷혔다. 그밖에 부가가치세(+2조7,000억원) 증권거래세(+2조2,000억원)도 당초 계획보다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예산에서 쓰고 남은 돈을 뜻하는 ‘세계(歲計)잉여금’도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총세입(385조원ㆍ국세에 수수료와 벌금 등 세외수입을 합산한 금액)에서 총세출과 이월금 등을 제한 13조2,000억원이 세계잉여금으로 남았다. 이중 10조7,000억원(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지방교부세 정산→공적자금 출연→채무상환→추경편성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기재부는 매년 반복되는 세수예측 실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추계 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먼저 기재부, 국세청, 관세청,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등이 참여하는 ‘세수추계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각 기관별 세입 전망치를 종합해 세입 예산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지금은 기재부가 세수추계를 전담하고 있다.
또 오는 9월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할 때 △세수추계 근거 △전년도 세수추계 오차에 대한 분석자료 △개선사항 등을 담을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조세재정연구원 등과 함께 현행 세목별 세수추계 모형도 개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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