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 여성가족부는 태생부터가 고난이었습니다.”
7일 차관 자리에서 물러난 이숙진 전 여가부 차관은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작은 정부부처로서 여가부가 겪을 수밖에 없는 어려움을 담담히 털어 놓았다.
이 전 차관은 “성평등을 추구하는 가치를 지닌 부처는 평등하지 않은 현실을 변화시켜야 하는 책무를 가지고 있기에 늘 맞서 주장하고 이해시키며 2배 3배의 설득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하나의 작은 변화를 이뤄낼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우리에게는 작은 부처이니 더 열심히 더 노력하라는 요구가 뒤따랐다”면서 “우리의 사고와 기획은 빈틈과 사각지대를 찾아드는 탐정이 되었고 중복업무를 피해가는 자기 검열, 부처 검열이 또 하나의 필수 업무가 되었다”고 언급했다. 여가부는 여성, 가족 이슈 중심으로 움직이며 덩치 큰 다른 정부부처의 업무에 개입해 협업해야 할 때가 많은데, 업무 협조가 늘 원활한 것은 아니다. 이런 데서 오는 어려움을 이 전 차관이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미투(#Me too) 열풍을 한 복판에서 겪었던 소회도 밝혔다. 이 전 차관은 “지난 1년 8개월 동안 우리는 여성인권과 성평등 분야에서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격변의 시간을 보냈다”면서 “미투로 시작된 사회 변화의 열풍이 디지털 성범죄 근절 요구로 이어지고,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는 불안과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수만 명의 여성들이 광장에 모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 성평등의 역사에 이정표를 그을 역사의 순간을 함께 하신 분들이시며 그러한 자부심으로 한국사회 희망의 한 축이 되어주시길 부탁드린다. 여러분의 열정과 수고로 누군가의 삶과 일상은 분명히 바뀌었을 것이라 확신한다”며 여가부 공무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이 전 차관은 “여성가족부 공무원은 불평등한 현실이 남아있는 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려는 마지막 한 명의 공무원이기를 바란다”며 “여러분의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시며 모든 정책과 제도의 성주류화(여성이 사회 모든 주류 영역에 참여해 평등한 의사결정권을 갖는 것)를 위해 힘있게 싸워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의 말도 전했다.
여성학 연구자이자 노무현 정부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이 전 차관은 지난 2017년 6월부터 약 1년 8개월간 여가부 차관으로 재임했다. 신임 여가부 차관에는 기자와 비영리기구(NGO) 활동가 출신의 김희경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보가 임명됐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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