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방송사의 같은 시간대 드라마가 잇달아 성공하기는 힘들다. 전작이 유명할수록 다음 작품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도 함께 커지고 자칫 큰 실망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3.8%(닐슨코리아 집계)라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비지상파 드라마의 새 장을 연 ‘SKY캐슬’의 후속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JTBC 새 금토드라마 ‘리갈하이’가 쉽지 않은 도전에 나선다.
“건방지게 들릴 수 있겠지만, 저희는 저희 것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리갈하이’ 제작발표회에서 김정현 PD는 ‘SKY캐슬’의 성과에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미 종방한 드라마와 새로운 출발을 앞둔 드라마를 굳이 비교하지 말아달라는 것이었다. 김 PD는 “촬영하면서 주변 지인이나 관계자에게 정말 많이 들었다”면서도 “’SKY캐슬’은 ’SKY캐슬’이고, ‘리갈하이’는 ‘리갈하이’”라고 선을 그었다.
‘리갈하이’는 또 다른 걸림돌도 앞에 두고 있다. 2012년부터 2년간 인기리에 방영한 일본의 동명 드라마를 리메이크했다는 점이다. 원작 ‘리갈하이’는 시종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법이 지닌 허점을 고스란히 고발해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런 탓에 벌써부터 원작 팬들은 리메이크 소식이 나올 때부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리갈하이’ 국내 제작진도 기획단계부터 고민했던 부분. 김 PD는 “원작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충분했기에 한국형으로 리메이크하면서 고민이 많았다”며 “일본 특유의 과장된 표현이나 한국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을 바꾼 것이 원작과의 차이”라고 말했다.
제작진만 이 고민을 짊어진 것은 아니었다. 주연 배우들 또한 PDㆍ작가와 함께 밤을 새면서 대본 고민을 했다는 후문이다. 주인공 고태림을 맡은 진구는 “원작을 재미있게 본 팬으로서 리메이크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역할이든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간 여러 작품에서 해왔던 진중한 연기에서 탈피하는 도전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드라마는 돈만 밝히는 변호사 고태림을 중심으로 법조계에 얽힌 여러 이야기들을 빚어낸다.
‘리갈하이’는 다른 법정 드라마와 달리 코믹 활극을 표방하고 있다. 법원 내부보다는 그 바깥이 드라마의 주 무대다. 진지하고 복잡한 법리 싸움으로 상대방을 이기기보다는, 액션 등 코믹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김 PD는 “어느 법정 드라마와 비교를 해도 ‘리갈하이’가 가장 쉽다”며 “머리를 쓸 필요가 없고, 치킨을 먹으면서 낄낄거리며 볼 수 있는 드라마”고 밝혔다. ‘리갈하이’는 8일 밤 11시 첫 방송된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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