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세계은행(WB) 총재 후보로 지목한 데이비드 맬패스(63) 미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의 자질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까지도 미국 경제를 낙관하는 등 과거 이력이 문제시되면서, ‘경제전문가’로서 그의 능력을 의심하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맬패스 후보자에 대해 “경제 상황에 대한 그의 판단은 전문성이 결여돼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2007년 맬패스가 뉴욕 월가의 5대 투자은행이던 베어스턴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재직 중일 당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의 내구력을 확신한다”고 전망한 점을 문제삼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1년 전에도 위기를 감지하지 못했고, 그 결과 우량은행이던 베어스턴스를 결국 몰락으로 이끌었다는 얘기다. 이 신문은 또, “맬패스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경제적 재앙(글로벌 금융위기)을 가까스로 극복한 시점인 2011년 초, ‘통화정책을 강화하고 달러화 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제안했는데 이는 당시 현실과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었다”고 꼬집기도 했다.
‘트럼프 충성파’라 불릴 만큼 다자주의에 회의적인 입장도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실제로 그동안 맬패스는 “몸집이 커진 국제 기구들이 주제 넘게 (개별 국가에) 참견하는 일이 늘고 있다”면서 WB의 역할 확대에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명해 왔다. FT가 “인기 없는 총재가 이끄는 WB는 회원국들이 새로운 개발은행을 찾도록 할 것”이라고 전망한 건 그의 이런 이력 때문이다. 미국이 한사코 가입을 거부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2015년 이후 다수 유럽 국가들이 참여한 데에서 보듯, 개발금융의 중심축이 중국 쪽으로 조금씩 기울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WB 이사회 의결권의 16%를 갖고 있는 미국의 지명대로 맬패스 후보자가 총재로 취임하면, WB 조직 자체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개발금융 경쟁자 수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 WB가 현재의 위상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 매우 불확실하다는 뜻이다. FT는 미국의 절대적인 영향력하에 있는 WB를 향해 “(조직이) 살아남기 위해선 AIIB 같은 기관들과 함께 일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미국의 지배력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한편, WB 이사회는 다음달 14일까지 189개 회원국으로부터 차기 총재 후보를 추천받는다. 이들 가운데 최종후보 3인을 선정해 발표한 뒤, 4월 중순쯤 새 총재를 최종 선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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