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 인터뷰
“그래도 상황이 많이 나아졌잖아요. 조만간 좋은 소식이 들리지 않을까요?”
신한용(59) 개성공단기업협회장 겸 개성공단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신한물산 대표)은 폐쇄 3년을 앞둔 개성공단의 운명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상기돼있었다.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오는 27~28일 열릴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에 들뜬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북한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측 상응조치로 개성공단 재가동 등 남북 경제협력 사업에 대한 포괄적 제재면제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에 희망을 걸면서다.
“2016년 설 연휴 마지막 날(2월 10일)이었죠. ‘올해는 좀더 생산도 많이 하고, 이익도 극대화하자’는 신년목표를 세우자마자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통보를 받은 게 말이죠.” 신 회장은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4차 핵실험(2016년 1월)과 장거리 로켓 발사 등에 대한 대응조치로 개성공단 폐쇄를 단행한 그날을 떠올리며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1년이면 되겠지’, ‘정권이 바뀌면 가능하겠지’ 했어요. 3년을 맞게 될 줄은 꿈에도 모르고.”
지난달 9일 ‘시설 점검’을 목적으로 개성공단 방문을 신청했을 땐 특히 기대가 컸다. 앞서 여섯 차례의 방북 신청이 모두 불발됐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단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데다 미국이 대북 인도적 사업 지원 등 유화책을 잇달아 내놨기에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도 성사될 것만 같았다.
“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정부 관계자가 ‘굳이 신청을 안 해도 갈 것 같은데요’라는 말까지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제반 여건이 조성돼야 가능하다’는 단서가 달린 채 일곱 번째 방북 신청도 결국 유보됐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북미 정상회담이 목전에 와 있으니 남북이 앞서나가는 모습을 보며 좋을 게 없다는 정무적 판단을 정부가 했던 것 같아요.”
“속상하긴 했지만 이해가 되더라고요.” 북에 두고 온 자산이 온전히 있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오히려 차분하고 담담한 반응을 보였던 건, 남한 정부의 독자적 결정이 유엔 대북제재에 포함되며 남북 정부 의지만으론 개성공단 운영 재개가 불가능하단 점을 지난 3년간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폐쇄로 기업인 일부는 상당한 경제적 어려움도 호소한다. 통일부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가동 중이던 입주기업 123개 중 13개 기업이 휴ㆍ폐업 상태다. “(회사) 문을 닫아도 굳이 통일부나 협회에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협회가 파악하고 있는 휴ㆍ폐업 기업만 해도 20여 개쯤 됩니다.”
북미 정상간 만남에서 어떤 성과가 도출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신 회장은 “어느 때보다 공단 재가동 가능성이 큰 상황이지 않냐”며 기대감을 보였다. “그동안은 기업인들이 ‘공단을 다시 돌려야 한다’고 했지만, 이젠 남북 정부가 목소리를 내고 있잖아요. 분위기가 익어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희망은) 저희가 견딜 수 있는 동력이기도 하고요. 3년간 절망, 희망을 반복했지만 또 견뎌 봐야죠.”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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